ELS 공모에 '0원'…발행취소 속출
증권사들이 최근 들어 주가연계증권(ELS) 공모에 나섰다가 극심한 판매 부진 탓에 발행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원금을 90~95%만 보장하는 이른바 '원금부분보장형 ELS'의 발생 취소가 늘고 있다. 원금비보장형 ELS 중엔 철강 · 조선 · 정유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의 판매 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사이트에 따르면 동부증권은 지난 19~21일 100억원 판매를 목표로 'ELS 700호' 공모에 나섰지만 실제 고객 청약이 부진해 해당 ELS 발행을 취소했다. 이 상품은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의 1년 뒤 주가상승률에 1.2를 곱한 수치에서 5%포인트를 차감한 수익률을 지급하되 주가가 아무리 하락해도 원금의 95%는 보장하는 원금부분보장형 ELS다.

신한금융투자가 18~21일 공모한 원금부분보장형 'ELS 3441호'도 청약이 판매 목표액에 못 미쳐 발행이 무산됐다. 기초자산인 코스피200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등락에 수익률이 결정되는 가운데 원금 90%를 보장하는 구조였다. 삼성증권이 엔화 및 원화 환율 변동에 따라 최대 30%의 수익을 주면서 원금 95%는 보장하는 파생결합증권(DLS) 184호도 청약 미달로 발행이 취소됐다.

박미경 한화증권 PB본부장은 "현재 ELS 투자자들은 원금을 보장받되 은행금리+α를 추구하는 '안정형'과 원금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고수익을 추구하는 '공격형'으로 확연하게 구분되고 있다"며 "원금부분보장형 ELS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면서 기대수익률은 원금비보장형보다 낮은 어정쩡한 상품이라 인기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원금보장이 안 되는 개별종목 ELS 중에서도 일부 상품은 청약 미달로 발행이 취소됐다. 최대기대수익률 등 상품별 매력도가 가장 중요한 변수지만 기초자산 종목들의 주가 상승 기대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3분기에 기대 이하 실적을 발표했고,4분기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포스코를 기초자산으로 포함한 대우증권의 'ELS 6254호'와 신한금융투자의 'ELS 3448호'는 각각 1억3900만원,700만원 청약돼 발행에 실패했다.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대우조선해양 LG전자 등을 기초자산으로 포함한 ELS도 청약 취소의 수모를 겪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지수부터 개별종목까지 다양한 자산을 기초로 하는 ELS를 매주 5~10개 쏟아내면서 시점별로 기초자산의 주가 전망 등에 따라 투자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