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비명 "일감ㆍ돈줄 다 끊겼다"
경기도 시화산업단지 중앙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군자천변 도로.이곳에는 요즘 낮에도 빈 트럭 수십대가 꼬리를 물고 서있다. 5t부터 25t까지 종류도 갖가지.행렬의 길이는 수십m에 이른다.

트럭 운전기사 김제국 씨(52)는 25일 "상반기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경기가 괜찮았는데 여름이 지나면서 일감이 줄어 하루에도 몇 시간씩 차를 세워 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분야 일감도 감소했지만 특히 건설경기 침체로 건자재 운송 의뢰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덧붙였다.

기계를 생산하는 L사 K사장은 "공단에 입주한 지 15년째인데 이곳에 빈 트럭이 줄지어 있는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후 이번이 세 번째"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재정위기의 여파가 국내 실물경제로 옮겨가면서 맷집이 약한 중소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자동차 전자 등을 뺀 대부분 수출기업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지방 중소기업들의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 수주 · 출하 감소→재고 증가→자금난→고용 불안으로 이어지는 불황 초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충남 천안에 있는 LCD 부품업체 A사는 최근 주말 3교대 근무자의 숫자를 절반으로 줄였다. 수주량이 줄어 올초 80%이던 가동률이 60%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공장 관계자는 "추석이 끼어 있던 9월엔 55%까지 떨어졌다"며 "외환위기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회사는 금명간 희망퇴직을 받아 인건비를 줄여 나갈 계획이다. 직원 채용 계획도 접었다.

시화산업단지에서 금속 관련 사업을 하는 L사장은 "거래 기업들이 보통 두세 달 만에 결제를 해줬는데 최근 들어선 기간이 보름에서 한 달 정도 더 늘어났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수금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미수금 증가는 중소기업에는 경영 위협 요인이다.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경제는 심리"라며 "무엇보다 중소기업인들의 경기 불확실성과 자금에 대한 불안심리를 덜어줄 수 있는 선제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기 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