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서 자꾸 소리가 들려요"…그들은 왜 흉기를 들었을까?
MBC TV 'PD수첩'이 25일 오후 11시 45분 정신질환자들의 범죄를 다룬 '그들은 왜 흉기를 들었나' 편을 방송한다.

지난 9월, 두건의 참혹한 묻지마 범죄가 발생했다. 초등학생 두 명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50대 남자가 휘두른 둔기에 맞아 쓰러졌다. 다음날에는 대전의 한 가정집에 침입한 괴한이 가족을 흉기로 위협하다 격투 끝에 사망했다. 조사 결과 가해자는 피해자와 아무 연관이 없었다. 가해자는 모두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아무 이유 없이 순간적인 충동으로 저지르는 정신질환자들의 범죄로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PD수첩' 제작진은 공주 국립법무병원에서 부모와 이웃을 살해한 정신질환 수감자들을 직접 만났다. 이 병원에는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들이 수용돼 있다.

수감자들은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신분열증으로 환청과 망상에 시달린다"면서 "귀에서 자꾸 죽이고, 때리라는 말이 들린다. 결국 범행까지 이르렀다"고 고백했다. 제작진은 "꾸준한 약물 치료와 관리가 이루어졌다면 이들의 범행은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정신질환 범죄자가 국립법무병원에 입원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범죄자들은 가족에게 떠 넘겨지거나 사회에 방치되는 상황. 그렇기 때문에 재범률 또한 높다.

지난 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살인과 강간을 저지른 범죄자 가운데 정신질환자가 연간 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의 재범률은 32.1%로 일반 범죄자(24.3%) 보다 8% 가량 높게 나타났다.

작년 대구에서는 한 정신질환자가 마을 주민을 시멘트 벽돌로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전과 23범인 그를 보호할 수 있는 가족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누나뿐이었다. 결국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남매는 모두 살해 전과를 가진 범죄자가 됐다.

실제로 강제성 없이 정신질환 범죄자를 치료하기 어렵다. 가족이 없는 정신질환자의 경우 치료는 물론 범죄 예방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흉악범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제작진은 "정신질환 범죄자들은 사회에서 시한폭탄으로 방치돼 있다"면서 "이들을 위한 관리 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부수정 기자 oas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