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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빅뱅’ 시대다.

스마트 혁명은 단순히 모바일 시장의 패러다임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의 일상생활은 물론 전 세계 산업경제에 큰 핵폭풍을 몰고 왔다. 미래 학자들은 스마트 빅뱅이 과거 인터넷 혁명 이후,가장 큰 패러다임의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스마트 패러다임은 하드웨어 시장을 사용자 트렌드에 맞추는 기조에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시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소비자는 자신의 사용 방식에 맞는 기기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보다 새로운 ‘UX’(User experience·사용자 경험)를 가능케 하는 상품을 구매하려 한다. 즉, 스마트기기 전쟁에서 얼마나 신선한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하는지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한 것이다.

UX 분야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 핀란드의 벤처기업 센세그(Senseg)다. 이 회사는 디스플레이 상에서 다양한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촉각 피드백기술 ‘E-센스(e-Sense)’를 개발해 UX 분야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사용자 경험을 촉각으로 디자인하며 ‘세상을 바꾸는 디스플레이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센세그와 이를 통해 새로운 기회와 도전에 직면한 토종기업 (주)큐리어스의 경쟁력을 조명한다.

센세그는 감각 인터페이스(Haptic Interface)를 주로 개발하는 기업이다.

핀란드 헬싱키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 회사로 노키아 기술진들이 주축이 돼 2006년 설립됐으며,일본 도쿄와 미국 실리콘밸리에 지사를 두고 있다.

센세그가 개발한 ‘E-센스(e-Sense)’는 ‘촉각 피드백’ 기술로 정의할 수 있다. 기존 햅틱 제품이 진동 모터를 사용한 것과 달리 손가락과 터치스크린 패널(TSP) 사이 전기력을 변조해 촉각 신호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터치스크린 상에서 거칠거나 부드럽거나 혹은 뾰족하거나 미끄러운 표면 등 다양한 질감을 섬세하게 인식할 수 있다.

예컨대 디스플레이 위 자판 입력 시 자판 사이사이의 굴곡을 느낄 수 있거나, 나무를 터치하는 순간 사용자가 나무 질감을 인식할 수 있는 식이다.

딱딱한 것에서부터 미끄러운 느낌까지,혹은 축축한 느낌에서 사포처럼 거친 느낌 등 다양한 터치 감성을 생성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추가적인 기구와 부품이 필요 없고 전자기기 측면·후면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할 수 있다.

기존의 촉각 피드백 기술들은 소형 모터나 압전(壓電) 장치에서 생성한 진동을 이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며,센세그처럼 전계 변화를 이용하는 방법은 매우 드물었다.

진동모터로 구동하는 기존 방식은 무겁고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는 등 여러 단점을 노출시켰다. 하지만 센세그의 촉각 인식기술 ‘E-센스’는 스크린 위의 작은 전기장을 이용해 촉각신호를 인위적으로 생성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계(電界)의 변화를 이용해 손가락과 터치패널 사이의 전기력을 변조시켜 다양한 재질과 질감을 섬세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한 이 기술은 기존 햅틱 기술과 같이 진동 등에 의한 피드백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술이다.

감압방식을 정전기 방식으로 변화시켜 적정한 전하량을 보내면 표면에서 손의 감각세포로 전달,질감이 느껴지도록 한 것이다.

센세그가 주도하는 스마트 빅뱅은 국내외 IT 업체들을 새로운 기회와 도전에 직면하게 만들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판 제조업체 (주)큐리어스(대표 조도형, www.curiousinc.com)가 그 중심에 서있다. 이 회사는 20여 년 동안 다져온 기술의 우월성을 십분 활용해 디스플레이 소재 산업의 대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주)큐리어스는 올초 성균관대 플라스마응용표면기술센터(CAPSTㆍ소장 한전건 교수)와 공동으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제조에 쓰이는 플라스틱 기판을 개발했다. 새로 개발된 기판은 기존 LCD·OLED에 사용하는 유리기판과 달리 플라스틱으로 돼 있어 가볍고 충격에도 강한 게 특징이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란 말 그대로 휘어질 수 있는 디스플레이 장치를 말한다. 기존 디스플레이에 비해 얇고 가벼우며 충격에도 강하다. 휘거나 구부릴 수 있어 다양한 형태로 제작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휴대폰, 태블릿 PC는 물론 전자책, 말아서 휴대할 수 있는 PC와 TV, 조명, 수시로 디자인을 바꿀 수 있는 의류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주)큐리어스는 여기에 센세그의 ‘E-센스’ 기술을 입혀 디스플레이 소재의 대혁신을 주도하겠다는 포석이다. (주)큐리어스와 CAPST의 ‘접는’ 플라스틱 기판 기술과 센세그의 ‘E-센스’ 기술이 만났기 때문이다.

센세그와 (주)큐리어스, CAPST의 인연은 지난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파트너를 물색하던 센세그는 수소문 끝에 노키아에 장비를 납품했던 CAPST와 접촉했다. 센세그는 세계 최고 수준인 CAPST의 플라스마 응용기술에 매료됐고, 마침내 센세그 관계자가 지난 11일 한국을 방문해 (주)큐리어스, CAPST와 ‘E-센스’ 기술 공동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사실 센세그는 지난해 일본 도시바와 먼저 손잡고 촉각 인식 기술을 장착한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었다.도시바가 표면코팅 기술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로 손꼽혔기 때문.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체는 달랐다. 센세그는 IC(기판)와 S/W를 공급하고 도시바는 필름코팅기술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시제품을 만들었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물을 얻지 못했다. 센세그와 도시바가 제휴해 만든 IC의 크기는 30㎜×51㎜×2.5㎜로 태블릿 PC나 노트북에는 적합하지만 휴대폰에 장착하기에는 다소 큰 단점이 있다.

하지만 CAPST의 플라스마 응용기술은 일본 제품보다 공급단가도 낮출 수 있고 질감도 한 단계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CAPST의 기술이 도시바 제품 질감보다 약 3배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센세그는 CAPST 측에 시제품 생산을 의뢰한 상태다.

센세그와 (주)큐리어스, CAPST는 현재 다양한 재질과 질감을 섬세하게 인식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 기술로 다각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주)큐리어스 조도형 대표는 “토종 플라스마 기술을 적용한 시제품이 나와 테스트를 거치고 양산 체제에 들어가는 것이 우선적 과제”라며 “오는 11월 말까지 IR용 시제품을 완성하는 것이 1차적 목표”라고 밝혔다.

끊임없이 만지작거리고,들여다보고,남에게 보여주는 스마트 기기는 본래 가장 손길에 민감한 제품이었다. PC가 윈도로 바뀐 것처럼,스마트 기기 사용자 환경의 ‘터치’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손끝 촉각’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제품으로 디스플레이 소재의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작지만 강한’ 기업의 질주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신재섭 기자 shin@hankyung.com

"촉각의 시대, 기판 소재산업 새 지평 열 것"
인터뷰 / 조도형 대표

“6년간의 디스플레이 부품 제조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새로운 소재 산업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CAPST의 플라스마 응용기술이 완성되고 완제품이 출시되면 디스플레이 시장의 새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합니다.”

㈜큐리어스 조도형 대표는 “단순 하청과 임가공에 머무르지 않고 ODM(연구개발 제조) 방식의 주체가 돼 기판 소재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앞으로 디스플레이 시장은 해상도,밝기에만 연연하던 ‘시각의 시대’에서 터치와 질감,소통이 강조되는 ‘촉각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장도 없는 퀄컴이 원천기술을 확보해 로열티를 받는 것처럼 ㈜큐리어스를 디스플레이 소재산업의 퀄컴과 같은 회사로 키우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퀄컴은 애플처럼 자체 공장 없이 대부분 물량을 위탁생산하지만 엄연한 반도체 제조 기업입니다. 불황 속에서도 휴대폰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 원천기술에서 나오는 거대한 로열티 수입만큼은 늘고 있지요. 큐리어스의 지향점이 바로 ‘디스플레이 소재산업의 퀄컴’입니다.”

센세그와 접촉한 지 이제 두 달. 아직 본 계약 단계까지 진행 절차가 남았지만,조 대표는 안정된 제조기반을 마련한 만큼 회사의 비전을 낙관하고 있다.

“경제위기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난 뒤 ‘퀀텀점프’(Quantum Jumpㆍ대약진)를 기록한 업체들도 결국은 강력한 무형자산이 도약의 밑바탕이 됐습니다. 과감한 R&D와 성공DNA로 무장하고 미래를 앞서 개척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