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미국, 유럽에 이어 브라질에서도 ‘부자 증세’ 논란이 전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4일 브라질 일간지 폴랴데상파울루에 따르면 브라질 최대 노조인 중앙노동자연맹(CUT)은 “부자들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거둬 공중보건시스템 강화를 위한 재원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부자 증세 논란에 불을 붙였다. 연방하원에서도 200만헤알(12억8000만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사람에게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놓고 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부자 증세에 반대하고 있다. 경제활동과 기업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논리다. 증세보다는 기업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브라질의 대표적 기업집단인 게르다우(Gerdau)그룹의 조르제 게르다우 회장은 “조세제도도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면서 “국제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증세는 무책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회계법인 KPMG가 연 30만달러(3억4000만원) 이상 소득자를 대상으로 벌인 소득 대비 납세 비율 조사에서 브라질은 38.5%로 주요국 가운데 27위에 기록됐다. 중국은 36.5%(35위), 미국은 29.8%(52위)로 나왔다.

문제는 브라질의 조세제도가 형평성을 잃었다는 데 있다. 브라질 국책연구기관인 응용경제연구소(IPEA) 자료 기준 상위 10%가 내는 세금은 전체 소득의 5분의 1에 달한다. 하지만 하위 10%가 부담하는 세금은 전체 소득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브라질에서는 페르난도 엔히케 카르도조 전 대통령(1995~2002년 집권)과 루이스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2003~2010년 집권) 정부에서도 ‘부자 증세’가 추진됐으나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번에도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재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경기부양이 급한 정부도 세금 인상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