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여 명의 상담사를 대상으로 한 에피소드 공모전 통해 우수작 66편 선정
다양한 고객만큼이나 재미와 감동있는 에피소드들 가득


“간판에 소대가리가 크게 그려져 있던데, 가게 이름이 뭐죠?”

“네, 고객님, ‘블랙야크’ 말씀이십니까?”

토탈컨택서비스기업 ktcs(대표이사 부회장 김우식 www.ktcs.co.kr)가 상담사들의 생활 속 에피소드를 공모하는 ‘별의별 이야기 공모전’을 실시했다. 공모전은 지난 8월 25일부터 10월 17일까지 진행됐다. 총 501건의 에피소드 중 최우수상은 대구사업단 올레운영2부 고객센터 “내 소중한 꿈, 함께 나눠요”의 김현정 사원이 차지했다.

ktcs는 한 해 4억 5천만여 콜을 상담하는 114를 비롯해 kt 고객센터, 서울시청 다산콜센터 등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컨택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인 만큼 공모전을 통해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모아졌다.

“박다리 주유소 알려주세요”, “닭다리 주유소 말씀이십니까?~” 상담 에피소드는 전화를 통해 대화가 진행되는 만큼 신입 상담사들의 경우 오청취로 인한 에피소드가 많이 발생한다. ‘박다리 주유소’를 ‘닭다리 주유소’로 알아듣거나, ‘꿀꺽다방’을 ‘꼴값다방’으로 잘못 알아들은114 상담사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이 접수됐다.

고객들의 상호 착각으로 인한 사연들도 적지 않다. ‘바른손 팬시’를 ‘오른손 팬시’로 착각한다거나, ‘빕스’를 ‘브이아이피’로 발음하고, ‘도시가스’를 ‘도까’로 약칭해 상담사를 당황하게 만든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고객이 상호를 잘 몰라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안내해준 사연들도 있었다. 한 고객은 “가게 이름은 잘 모르겠다”며 “간판에 소대가리가 그려져 있던데…”라고 말을 흐리자 상담사가 “블랙야크 말씀이십니까?”하며 똑똑하게 안내해주기도 했다. 또 고객이 ‘신주쿠 미용실’을 ‘신쭈꾸미 미용실’로 착각했지만 바르게 고쳐 안내해 준 사연도 있었다. 이와 같은 사례는 114 상담사들의 센스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벨소리만 울리면 “네~네~”
신속, 정확, 친절을 생명으로 하는 상담 업무가 습관이 되어 벌어지는 상황들도 있다. 버스 벨소리를 듣고 “네~ 네~”를 외치거나, 전자레인지의 종료음인 ‘삐~’ 소리를 듣고 “안녕하십니까~ 고객님”이라고 반사적으로 말하는 경우는 흔하다. 어떤 상담사는 내시경 검사를 하는데, 수면 상태에서 허공에 키보드를 치듯 손을 휘저으며 안내하는 것을 곁에 있던 어머니가 보고 말렸다는 사연을 올렸다.

△가족애, 동료애 느껴지는 사연도 많아…
슬프거나 감동적인 사연들도 적지 않다. 사고로 딸을 잃은 어머니가 딸의 휴대폰을 해지하고 싶다고 담담하게 얘기하는 모습에 목이 메인 채로 상담을 진행한 상담사의 사연은 많은 직원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번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 사연 속 상담사는 고객의 슬픈 마음을 어떤 식으로든 달래주고자 정해져 있던 멘트 대신 “자녀분은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지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늘나라에서 가족들을 지켜줄테니, 힘내시고 건강 챙기시기 바랍니다.”고 말해 고객을 감동시켰다. 또 장애인 상담사가 휠체어를 타고 회사에 출근하다가 바퀴가 빠져 넘어졌는데, 이를 알고 달려온 팀장이 땀을 비오듯 흘리며 휠체어를 밀어준 사연도 훈훈했다.
여성사원들이 많은 만큼 가족애가 느껴지는 사연들도 많았다. 회사를 그만두기를 바라는 남편과 시댁을 설득해 회사를 다니다가 아이가 화상을 입어 힘들었던 순간을 극복하고 이제는 남편이 새벽마다 모닝콜을 해주는 적극적인 지원부대가 됐다는 사연도 많은 여성직원들의 공감을 샀다.

△이름이 특이해서 죄송합니다~
이름에 얽힌 사연도 다양하다. 상담사의 이름이 ‘류공주’여서 기분 나쁘다고 전화를 그냥 끊어버린 고객, 상담을 받을 때마다 ‘강버들희’, ‘강새로와’, ‘황세로나’, ‘최시나브로’ 등 특이한 이름의 상담사들만 연결돼서 상담사들이 왜 가명을 쓰느냐며 역정을 내는 고객도 있었다.

김우식 대표이사 부회장은 “컨택센터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온 국민이 이용하는 서비스인 만큼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많을 것 같아 이번 공모전을 추진하게 됐다”며 “공모전을 통해 상담사와 고객들이 가진 삶의 애환과 소소한 일상의 행복함을 살짝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