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국내 카드사들이 2003년 카드사태 때와 같은 규모의 대출자산 부실화에 맞닥뜨리더라도 자체적으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그동안 자산 건전성과 유동성 지표가 크게 개선된 덕분이다.

한국기업평가는 2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KR 크레디트 세마나’에서 카드사들의 자산 부실화 정도를 시나리오별로 가정해 테스트한 결과 이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강철구 한기평 금융공공실 팀장은 “2002~2003년 당시 2년에 걸쳐 나타난 카드사들의 자산 부실화는 전업 카드사들을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몰고갔지만,지금은 같은 수준의 부실이 나타난다고 해도 자기자본의 40% 정도를 잠식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평은 신한 현대 삼성 롯데 4개 전업 카드사가 향후 1년 동안 전체 카드자산의 18.4%(신용등급 8~10등급 채권의 100%와 7등급의 60% 부실화 가정)를 대손상각해야 하는 상황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설정했다.2002년과 2003년 당시 각각 9.2%와 13.2%의 자산을 상각했던 때와 비슷한 수준을 가정한 것이다.

시나리오 테스트 결과 4개 카드사가 손실로 인식해 상각해야 할 금액은 총 10조8060억원으로 집계됐다.이로 인한 4개 카드사의 자기자본(6월말 현재 17조9000억원)은 40.5%만큼 잠식되는 것으로 나왔다.재무구조의 급격한 악화가 불가피하지만,경영 안정성을 위협받는 수준은 아니라는 결론이다.

카드사들의 위기 대응능력이 개선된 것은 꾸준한 자산건전성 관리 덕분이다.4개 카드사들의 고정이하자산 대비 대손충당금 비율은 6월 말 현재 평균 500% 안팎에서 유지되고 있다.연체율도 1.5% 수준으로 2002년말 6.6% 대비 크게 낮아졌다.비교적 위험이 큰 대출서비스자산의 비중은 2002년 53.6%에서 36.2%로 줄었다.보유 유동성은 2010년말 총 5조원에서 6조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강 팀장은 “국내 카드사들은 우수한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예전 카드 사태에 맞먹는 자산 부실화가 나타나더라도 과거처럼 부도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