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행복한 만남
필자는 어릴 적 '행복한 삶'을 살겠다는 막연한 꿈을 꿨다.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으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사회인이 돼서야 진정한 행복은 '남을 돕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꿈을 위해 사업을 시작했고 그래서 회사의 슬로건도 '행복한 만남'이다. 회사를 차린 지 올해로 21년째다. 지금은 250명의 직원이 일하는 코스닥 상장사지만 창업 초기에는 여기저기서 빌린 5000만원이 자본금의 전부였다. 매출이 없어 동고동락한 직원들이 하나둘 떠나고 7명만 남은 때도 있었다. '잘 다니던 직장이나 다닐 것을 괜히 일을 벌였나,사업을 접어야 하나'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좌절 속에서도 같은 꿈을 향해 달려가는 직원들이 있었기에 다시 일어섰다.

21년이란 긴 시간 동안 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꿈을 함께할 인재를 뽑는 만남이 어떤 만남보다 소중하고 행복했다. 그 자리에서 다양한 젊은이들의 취업에 대한 열기,간절함을 느꼈고 직장 선택에 얼마나 깊은 고민을 하는지도 봤다.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길에 취업만 있는 건 아니라고.초조하게 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취업만이 길이 아니라니 생뚱맞은 사람으로 비쳐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뼈아픈 실패와 좌절을 맛보더라도 창업에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다. 누구나 알 만한 유명한 회사,후배들에게 명함 내밀기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 이해한다. 그런 자리를 얻기 위해 너도 나도 고학점,어학연수,자격증 등 스펙 쌓기에 분주하다. 하지만 창업을 통해 열정,끈기,프로페셔널 마인드,창의력 등과 같은 무형 자산을 키우면 스펙과는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무기가 된다. 설령 창업에 실패해도 보석을 알아보는 최고경영자(CEO)는 당신의 용기와 도전정신을 높이 살 것임에 틀림없다.

물론 모두가 같은 상황일 수는 없다. 창업에 필요한 자신만의 무기를 아직 준비 못한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데나 입사하지 말고 미래의 꿈에 다가가기 위한 능력을 키워주는 회사를 선택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회사는 단지 당신에게 생계에 필요한 임금을 지급하는 곳이 아니라 실력을 쌓아 꿈을 이룰 발판을 만들어주는 곳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런 회사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다 보면 자연스레 사업의 눈이 길러진다. 이렇게 준비한 후 몸담은 회사에서 CEO가 되는 길도 있고,두려움을 극복하고 블루오션을 개척해 가는 길도 있다.

꿈이 있는 한 당신은 젊다. 자신의 꿈을 위해 더 많이 실패하고 더 많이 도전해보라.리스크 없이 안정되고 편안한 길로만 가는 이들의 인생에는 크게 패배하고 좌절할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삶에선 뜨거운 열정이나 성취의 희열 또한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채용시즌이 돌아왔다. 스펙에 연연하기보다는 무형 자산을 키운 꿈 많은 젊은 인재들을 만나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행복한 만남을 기대해본다.

노학영 < 코스닥협회장·리노스 대표이사 hyroh@kosdaqc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