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FTA로 일자리 크게 늘 것…양국 동맹 중대한 승리"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한국과 미국 국민에게 일자리를 늘려주는 협정입니다. "

맥스 보커스 미국 연방상원 재무위원장이 24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한 · 미 FTA에 찬사를 보내면서 한국 국회의 협정 비준을 촉구했다.

보커스 위원장은 한국에는 한 · 미 FTA에 반대하는 것으로 비쳐졌으나 이번에 미국 의회의 비준과정에서 통과를 주도,FTA의 '전도사'로 부상했다.

지난 13일 미국 의회가 한 · 미 FTA 이행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21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에 서명,미국은 비준 발효준비가 완료됐다. FTA를 비롯해 무역정책에 관한 입법을 담당하는 연방상원 재무위원장으로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가 시간을 쪼개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커스 위원장은 "한 · 미 FTA가 10년 전 하나의 작은 발걸음으로 시작됐지만 이제 긴 여정을 끝내고 양국에 중대한 승리를 가져다줬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운을 뗐다. 그는 "미국이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서 중요한 파트너인 한국과 동맹을 공고히하는 데는 한 · 미 FTA가 본질적이고 최선의 방법이라고 나는 믿어왔다"며 소회를 털어놨다.

'한국 국회에서 비준이 늦어지고 있다'고 하자 "한 · 미 FTA는 (북미자유무역협정 · NAFTA 이후) 약 20년 만의 최대 무역협정"이라면서 "FTA로 양국 간 무역이 확대되는 것은 한국과 미국 국민을 위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답변했다.

자신이 얼마나 한 · 미 FTA를 지지해 왔는지는 과거의 일화를 들어 소개했다. "양국의 FTA 협상팀을 내 지역구인 몬태나주로 초청,빅 스카이 지역에서 현지 쇠고기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한 · 미 FTA를 지지했다"는 것이다. 그가 2006년 12월 영향력을 발휘해 FTA 협상 장소를 몬태나로 유치했을 당시다. 그는 회담장에서 쇠고기 스테이크 요리를 먹으며 한국어로 "맛있습니다"를 연발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물론 보커스 위원장이 의회 비준을 앞두고 몽니를 부린 일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의 지역구인 몬태나주는 미국의 쇠고기 주산지다. 보커스 위원장은 한 · 미 FTA 추가 협상이 지난해 12월 최종 타결되자 FTA 비준과 한국의 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 문제를 연계했다.

그는 미 의회에서 FTA가 비준되기 위해 거쳐야 할 최대 난관이었다. 지난 5월 미 행정부가 한 · 미 FTA 발효 후 한국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 기준 협의를 하겠다는 약속을 해주자 태도를 바꿨다. 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 로드맵(계획)을 내놓으라는 등 당초의 강한 주장에서 물러나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수준으로 완화된 대안을 수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후 미 의회가 한 · 미 FTA 이행법안을 조속히 비준하는 데 총대를 멨다. 막판에 한 · 미 FTA 비준 걸림돌로 불거진 무역조정지원(TAA) 제도 연장안이 하원 본회의에서 처리되기도 전에 한 · 미 FTA 이행법안을 상원 재무위원회에서 처리토록 주도했다. 덕분에 FTA 이행법안은 지난 12일 하원과 상원에서 차례대로 비준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기 하루 전이었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보커스 위원장의 자부심은 여전했다. 그는 "한국 국민들이 세계 최고 등급의 미국산 쇠고기 소비를 늘리고 있는 것은 몬태나주를 비롯한 미국 축산업자들에게 많은 수출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한 · 미 FTA는 한국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에 부과하는 관세 40%를 앞으로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없애도록 했다.

보커스 위원장은 하지만 '한국 정부가 수입위생 기준 협의를 통해 시장 완전개방을 위한 로드맵을 내놔야 하느냐','한국 정부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거부하면 어떻게 대응하겠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우리 축산업자들의 편에 서서 강력하고,과학에 근거한 무역규정을 위해 싸우겠다"고 두루뭉술하게 언급했다.

한국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시장을 재개방했다. 그러나 광우병 발병 위험이 높다는 위생기준을 내세워 월령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수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쇠고기 협정문에 따라 미국이 한국과 수입위생 기준 협의를 한다고 해서 당장 추가 개방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과 관련한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가 검증돼야 한다.


◆ 보커스 위원장은…통상 · 조세 입법 총괄, 상원 33년 '터줏대감'

맥스 보커스 재무위원장(70)은 1978년 37세 때 미국 연방 상원에 입성한 의원이다. 2007년부터 재무위원장 자리를 맡고 있다. 상원 재무위는 무역통상과 조세 등의 입법 과정을 담당하는 막강한 위원회다.

민주당 소속인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한 의료보험개혁 입법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여야 의원 총 12명으로 구성된 재정적자감축위원회(일명 슈퍼위원회)의 멤버이기도 하다.

33년 동안 상원밥을 먹은 만큼 노회하다. 드미트리우스 마란티스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등 정부와 의회 곳곳에 광범위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상공회의소는 그가 표결한 법안 중 74%가 친기업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공화당 소속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감세법안에 찬성한 게 대표적이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3년 동안 일한 경험도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