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절교육' 메가폰 잡은 청학동 훈장님
"니들 여기 왜 왔냐?" "어머니께서 인간이 되라고…." "니들 인간이 못 되면 (여기서) 못나간다. " "예."

남녀 초등학생 50명이 2주일간 서당에서 한학(漢學)을 배우며 인성교육을 받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영화 '훈장과 악동들'이 27일 전국 20여개 극장에서 개봉한다. '청학동 훈장님'으로 유명한 김봉곤 씨(44 · 사진)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훈장인 동시에 연출 및 제작까지 겸했다. 어린이들의 인성교육과 전통문화를 널리 전파하기 위해 사재 3억원을 투입했다는 그를 25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책보다 영화가 더 재미있고 교육적인 효과도 클 것으로 봤습니다. 그래서 3년간 작품을 구상하고 촬영감독 3명을 고용해 1년간 제작했습니다. "

영화 속 천태만상인 어린이들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한 어린이는 소시지가 없으면 밥을 절대 먹지 않겠다고 버틴다. 다른 어린이는 거짓말을 하다 들통나 회초리를 맞는다. 두 아이는 서로 싸우다 훈장님께 불려가 시비를 가린다. 이들은 모두 부모님에게 이끌려 이곳에 와서 효(孝)와 예(禮)를 배우는 악동들이다.

"유아독존(幼兒獨尊) 시대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큰 소리를 치는 세상이죠.아이들의 쓸데없는 고집을 인정해주다 보니 습관이 돼 버렸고 제멋대로 행동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영특합니다. 효와 예를 잘 전달하면 변합니다. 서당교육은 1 대 1 눈높이 교육이죠.'그 사람으로 그 사람을 다스린다'는 이인치인(以人治人)의 맞춤형 교육으로 교화합니다. "

영화 속 훈장은 아이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교육한다. 잘못한 어린이들을 눈밭에서 벌할 때 훈장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맨발로 벌을 받는다. 남긴 음식을 못먹겠다고 버티는 아이에게는 훈장이 그 앞에서 직접 먹어치운다. 회초리를 맞고 잘못을 인정한 어린이는 업어주기도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학생과 부모,혹은 학생과 스승에게 절반씩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제 말을 안 듣는다면 제게도 문제가 있다는 얘기지요. 이때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한 가지 방법만 쓰지만 사실 수만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옛글에는 갓 태어난 아이를 돌보듯 하라고 했습니다. 마음으로 진실되게 구하면 비록 적중하지 못해도 (그 아이에게 적합한 방법에) 멀지 않다고 했습니다. "

그는 초등학생 일상생활의 70%는 선생과 부모가 이끌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맞벌이 부부가 많은 세태에 어려운 게 문제다.

"아이들은 2주일간 서당교육을 통해 행동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그것이 습관으로 굳어지려면 부모님이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야 합니다. "

경남 하동 지리산 청학동에서 태어난 김봉곤 감독은 1989년부터 훈장으로 나서 전국을 돌며 100만명에게 강연했다. 1991년 한국문화학교에서 1년간 연기를 공부한 그는 창극과 판소리 무대에 20여 차례 섰고,각종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 MC로 활약하기도 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