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PGA투어 상금왕에 이어 유럽 투어 상금왕까지 동시 석권을 노리고 있는 루크 도널드(34·잉글랜드).그에게는 화끈한 드라이버샷이나 '어퍼컷' 리액션 같은 화려한 이미지는 없다. 그는 흔들림 없는 쇼트게임 능력으로 거의 매 대회 '톱10'에 드는 꾸준함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투자도 자신의 골프 스타일을 그대로 빼닮았다. 단기간에 대박을 노리는 모험적인 시도는 결코 하지 않는다. 위험을 분산시키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충실히 따르고 후원 계약도 작지만 알찬 기업들 위주로 맺어 '개미'처럼 돈을 벌어들인다. 도널드의 코스 밖 비즈니스 세계를 들여다보자.

◆티끌 모아 수천만달러 수입 올려

2001년 프로 무대에 뛰어든 도널드는 지금까지 PGA투어 상금으로만 총 2534만달러(285억원)를 벌어들였다. 유러피언투어 상금을 합치면 더 늘어난다. 상금 이외의 코스 외 수입도 1000만달러를 넘었다. 줄잡아도 500억원대 갑부다. 미국과 유럽 투어를 넘나드는 그의 후원사는 16개에 달한다.

그는 미즈노클럽과 골프백 등을 쓰는 것과 별도로 미즈노 모자를 쓰는 대가로 100만달러의 계약금을 받았다. 2002년부터 '폴로 랄프 로렌' 의류를 입고 캐나다 은행인 RBC,타이틀리스트,풋조이 등 세계 굴지의 기업뿐만 아니라 아이폰 앱 개발 회사와도 후원계약을 맺었다.

그는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서만 비즈니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노스웨스턴대에서 미술을 전공해 타고난 손 감각과 심미안을 가진 그는 2008년 미국 나파밸리의 텔라토와인인터내셔널과 공동으로 지분을 투자해 '루크 도널드 컬렉션'을 출시했다. 직접 디자인한 와인 상표를 붙였으며 매년 2500병을 생산해 12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내년에 문을 여는 베트남 '바나힐스골프클럽'의 설계를 맡아 골프 코스 디자인 사업도 시작했다.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차를 공유하는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투자와 마케팅 철저하게 분리

500억원대 자산 굴리는 '상금왕' 루크 도널드
그는 투자와 마케팅을 철저하게 분리한다. 후원 계약과 대회 스케줄,미디어 노출 등과 관련된 마케팅은 매니지먼트회사인 IMG가 전담하지만 투자 관련은 별도 회사가 관리한다.

미국 내 투자는 클리블랜드에 있는 투자자문사 'MAI 웰스 어드바이저스'가 맡고 그외 지역은 런던에 있는 '파트너스 캐피털'이 담당한다. 명확히 구분해놔야 훗날 수입 배분의 혼선을 피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투자든,마케팅이든 전략은 하나다. 모험적인 도전 대신 안전 위주로 스코어를 줄여나가는 코스 공략처럼 단기 투자는 피하고 철저히 수익 위주로 비즈니스한다.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판단은 자신이 한다.

도널드는 최근 스포츠비즈니스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모험을 싫어하고 굉장히 보수적이지만 나만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난 코스에서 벌어들인 돈을 잃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주식은 5% 수익으로 만족

주식시장이 좋을 때 그는 두 자릿수 이상의 수익을 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시장에서는 5% 수익으로 만족한다. 나는 코스에서 돈을 벌고 그 돈이 천천히 커지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투자는 4:4:2 룰을 따른다. 40%는 중국,인도,라틴아메리카 등 신흥국 시장 원자재 기업들의 주식을 사들이고 40%는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고 세금이 면제되는 지방채 등에 투자한다. 20% 정도만 대체에너지 등 모험적인 투자를 한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