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협회장 되려면 '官·業·通' 갖춰야
금융권 목소리를 대변하는 각 금융협회장의 임기가 다음달부터 속속 만료된다. 차기 수장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먼저 임기가 끝나는 곳은 은행연합회장 자리다. 신동규 회장은 다음달 23일로 3년 임기를 모두 채운다. 한때 신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본인이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후임으로는 박병원 전 경제수석비서관과 양천식 전 수출입은행장,이종휘 신용회복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빛은행(현 우리은행) 행장과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을 지낸 김진만 씨 이름도 오르내린다.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역시 회장 후보에 포함되기도 했지만 본인이 일축했다고 한다. 금융계 관계자는 "관직을 거쳐 시중은행장을 역임했던 인물 중 현 정부와 친분이 있는 사람이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우철 생명보험협회장의 임기는 12월8일 만료된다. 생보협회장의 경우 다른 협회장과 달리 연임 사례가 많아 이 회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 회장에 앞서 이강환 · 배찬병 생보협회장 등이 연임한 바 있다.

이 회장은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출신으로 3년 재임기간 동안 생보업계 의견을 잘 대변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금감원과 금융회사 간 유착 의혹이 제기되면서 금감원 출신의 금융회사 재취업이 제한돼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장 출신의 최수현 금감원 수석부원장과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자본시장국장 등을 지낸 홍영만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이 자의와 무관하게 거론되고 있다.

황건호 금융투자협회장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황 회장은 2009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과 함께 증권업협회,자산운용협회,선물협회가 통합한 금융투자협회(금투협) 초대 회장을 맡았다. 업계에선 황 회장이 협회장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걸림돌은 사실상 '4연임 도전'에 대한 거부감이다. 황 회장은 2004년 2월 증권업협회장이 된 뒤 2007년 연임에 성공했다. 이후 3년 임기를 채우기 전 새로 출범한 금투협 회장이 됐다. 금투협 회장으로선 초임 임기만료지만 증권업협회장 경력까지 포함하면 3연임 임기만료인 셈이다.

황 회장 외에 전상일 동양종금증권 부회장과 전홍렬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김성태 전 대우증권 사장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현직 중에선 본인의 뜻과 무관하게 증권계 원로인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의 이름도 나온다. 김 사장은 부국증권과 현대증권 사장을 거쳤다. 종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대형 증권사 사장들은 대부분 주식워런트증권(ELW)사건으로 기소된 상태여서 회장 출마가 힘든 상황이다.

조재길/강동균/박성완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