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젖줄 정책자금 말랐다…2012년 지원 규모 대폭 늘려야"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중소기업계는 정책자금 확대와 은행 대출 연장 등 비상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둑에 균열이 생긴 단계인데 이걸 막지 못한다면 도시 전체(중소기업 생태계)가 수해를 입을 수 있다는 논리다.

자금난과 관련,중소기업 정책자금을 늘려달라는 게 요구사항 '0순위'다. 중기정책자금은 상반기에 집중 집행하다 보니 자금이 거의 소진된 상태.중소기업진흥공단의 경우 올해 지원 예산 3조3525억원 가운데 이미 3조1409억원(10월4일 기준)을 어디에다 쓸지 결정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 연말까지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이 2116억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특히 창업기업지원자금은 올 예산 1조4000억원의 113.7%가 지원 결정된 상태다.

이렇게 자금이 모자라는 이유는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상반기 조기 집행에 나선 데다 업체들의 자금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진공 관계자는 "정책자금 금리가 시중 금리보다 낮은 데다 중소기업들의 시설자금 및 운전자금 수요가 폭증해 자금이 조기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계는 최근의 실물경기 위축과 금융 불안을 감안해 내년 정책자금을 대폭 확충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직후인 2009년에는 연평균 3조2000억원 안팎인 중진공의 정책자금을 일시적으로 대폭 확충해 연간 5조900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글로벌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실물경기 침체와 수주 감소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하더라도 이로 인해 중소기업이 급격한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금융 불안을 해소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청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대응책을 마련해 두고 있다. 한 관계자는 "만기가 돌아온 금융회사 여신은 만기를 상황별로 2~3년 연장해 주고 정책자금을 받을 수 있는 지원 대상 기업의 신용도를 확대하는 등의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해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와 정부는 26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 대표 등을 포함해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차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고 중소기업의 애로를 듣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낙훈/김병근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