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택선 교수의 생생 경제] (12) 사회안전망의 경제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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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택선 < 한국외국어대 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
청년 창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강화된다고 한다. 정부는 정책자금을 받아 창업했다가 실패한 청년 사업가들에게 채무의 전부 혹은 일부를 탕감해주는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그동안은 정책자금을 받아 창업을 했다가 실패하는 경우 개인파산신청 등의 절차를 거쳐야 구제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복잡한 절차를 대폭 간소화, 아이디어나 기술력을 갖춘 청년 사업가들이 쉽게 창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이라고 하면 고용과 실업 측면에서 일자리를 잃더라도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다소 소극적 차원의 규정으로 볼 수 있는 것에 비해 정부가 도입키로 한 채무탕감 제도는 적극적 개념의 사회안전망으로 생각할 수 있다.
사회안전망은 경제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 영국의 구빈법이 산업혁명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구빈법(Old Poor Law · 16세기에서 18세기에 걸쳐 형성된 구빈법.19세기의 구빈법과 구별하기 위해 Old를 붙인다)은 일정 급여 이하의 사람들에게 생활보조금을 지급한 제도로,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근로의욕을 감소시키고 노동시장을 왜곡시키는 제도로 비판 받아왔다.
그러나 경제사학자들은 구빈법이 일종의 사회안전망으로서 영국의 산업혁명에 일정 부분 기여했음을 주장하고 있다. 구빈법 같은 사회안전망이 존재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하게 여러 가지 경제적 실험을 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특히 솔라 같은 경제사학자는 구빈법이 사람들을 토지로부터 분리시킴으로써 노동력을 창출하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산업혁명에 즈음해서 영국에서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지만 농촌의 많은 사람들이 토지라는 안정적인 소득원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에 노동력 창출에 어려움이 많았다. 토지가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소득원이면서도 유사시에 팔거나 저당을 잡혀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일종의 보험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토지를 가지고 있어야 노후에 자녀들과의 협상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토지에 집착하고 따라서 농촌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구빈법이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면서 과감하게 토지를 처분하고 도시의 새로운 노동력으로 공급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동력이 약화되는 시점에서 이 같은 사회안전망 강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노력은 충분히 가치가 있어 보인다. 다만 창업과 관련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한 제도 시행이 수반돼야 함은 물론이다.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 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
일반적으로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이라고 하면 고용과 실업 측면에서 일자리를 잃더라도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다소 소극적 차원의 규정으로 볼 수 있는 것에 비해 정부가 도입키로 한 채무탕감 제도는 적극적 개념의 사회안전망으로 생각할 수 있다.
사회안전망은 경제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 영국의 구빈법이 산업혁명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구빈법(Old Poor Law · 16세기에서 18세기에 걸쳐 형성된 구빈법.19세기의 구빈법과 구별하기 위해 Old를 붙인다)은 일정 급여 이하의 사람들에게 생활보조금을 지급한 제도로,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근로의욕을 감소시키고 노동시장을 왜곡시키는 제도로 비판 받아왔다.
그러나 경제사학자들은 구빈법이 일종의 사회안전망으로서 영국의 산업혁명에 일정 부분 기여했음을 주장하고 있다. 구빈법 같은 사회안전망이 존재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하게 여러 가지 경제적 실험을 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특히 솔라 같은 경제사학자는 구빈법이 사람들을 토지로부터 분리시킴으로써 노동력을 창출하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산업혁명에 즈음해서 영국에서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지만 농촌의 많은 사람들이 토지라는 안정적인 소득원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에 노동력 창출에 어려움이 많았다. 토지가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소득원이면서도 유사시에 팔거나 저당을 잡혀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일종의 보험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토지를 가지고 있어야 노후에 자녀들과의 협상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토지에 집착하고 따라서 농촌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구빈법이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면서 과감하게 토지를 처분하고 도시의 새로운 노동력으로 공급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동력이 약화되는 시점에서 이 같은 사회안전망 강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노력은 충분히 가치가 있어 보인다. 다만 창업과 관련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한 제도 시행이 수반돼야 함은 물론이다.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 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