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종해법 연기 또 연기…'위기 장기화' 수렁에 빠지나
유럽연합(EU)이 재정위기 대책에 대한 총론에는 합의를 이뤄놓고도 구체적인 각론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보증 규모 확대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이탈리아 · 스페인 국채 매입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26일 정상회의 직전에 열기로 했던 유럽 재무장관회의를 주말로 연기한 것은 진통이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23일에 이어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원칙'만 언급될 가능성이 커졌다. 주말 재무장관회의에서 구체적인 '최종 해법'을 내놓겠다는 구상이지만 실행 여부는 불확실하다.

◆구체적 최종 대책 또 미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5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EU 정상회의 합의안 마련에 제동을 걸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공동서명 초안에는 "유로존 물가안정에 대한 ECB의 역할을 지지하긴 하지만 지금은 특별한 상황인 만큼 ECB의 예외적인 조치(유로존 국채 매입)도 지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으로 ECB 정책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독일은 ECB가 '물가안정'에 배치되는 역할을 강화하는 데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다. ECB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총 1695억유로 규모 유로존 재정위기 국가 국채를 매입했다.

EU 재무장관들도 사전 협상에서 진척이 없자 재무장관회의를 전격 취소했다. 프랑수아 바루앵 프랑스 재무장관은 "정상회의에서 최종 해법 도출에 실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U 각국은 일단 26일 정상회의에선 '총론적'인 합의를 도출한 뒤 이번 주말께 재무장관회의를 갖고 구체적인 '최종 해법'을 만들어내겠다고 발표했다. 각국 정부는 "최종 해법을 구체화해 실행에 들어가는 데에는 몇 주가 걸릴 수도 있다"고 말해 유럽사태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유럽 최종해법 연기 또 연기…'위기 장기화' 수렁에 빠지나
◆합의 내용도 곳곳에서 삐걱

파이낸셜타임스는 "은행 자본 확충과 관련해서도 재원 마련 방법 등 세부적인 분야에선 의견이 일치된 것이 없다"고 보도했다. EU 각국이 1080억유로 규모로 은행 자본을 확충키로 했지만 어떻게 돈을 조달할 것인지,각국 정부가 구제금융을 실시할 것인지 등에 대해선 합의를 본 것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그리스 국채에 대한 탕감비율(헤어컷)을 둘러싼 잡음도 계속되고 있다. EU 각국 정부 차원에선 탕감률을 현재 21%에서 60% 수준까지 높이자는 공감대가 이뤄졌지만,주요 은행들은 여전히 40% 이상은 못받아들이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독일 경제주간 비르츠샤프츠보헤는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물론 프랑스까지 물이 목에 찼는데 EU가 해법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MF,유럽기금에 개입하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양대축 독일과 프랑스 간 이견이 가장 큰 유럽기금의 실질 보증효과를 1조~2조유로대로 키우자는 논의도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AFP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의에선 "구체적인 보증 규모 목표치는 추후 잠정적인 투자자들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는'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처리될 예정이다.

유럽기금이 사들인 유로존 국채의 10~20%가량을 보증해 유로존 국채 매입을 원활히 하는 방안과 국제통화기금(IMF)이 특수목적기구(SPV)를 통해 유럽기금 확충에 참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