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전 해스팅스는 별이 반짝이는 해변가에서 한 친구에게 "비밀스러운 사업 계획이 있다"며 "통합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부문과 DVD 우편 배달 서비스 부문의 사업을 분리하겠다"고 털어놨다. 넷플릭스 가입자였던 친구는 "매우 놀라운 일이지만 난 두 서비스의 이용료를 따로 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며 반대했다.
친구의 조언을 한쪽 귀로 흘려버린 해스팅스는 분사를 강행했고 넷플릭스는 현재 주가 폭락과 가입자 대규모 탈퇴라는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휘청거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6일 "지난 7월 분사되면서 서비스 이용 가격은 60% 인상됐고 이에 불만을 품은 가입자들의 탈퇴가 줄을 잇고 있다"며 "당시 친구의 말을 듣지 않은 해스팅스는 지금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종전 10달러면 DVD 배달과 온라인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었지만 분사로 인해 두 서비스 이용료를 따로 내야 하며 가격은 각각 8달러로 소비자 부담이 더 커졌다.
해스팅스는 "오프라인 기반 회사에서 온라인 기반 회사로 넘어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며 "분사 계획을 취소하겠다"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독단적인 가격 인상에 분노한 고객들의 마음은 풀리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24일 실적 발표에서 3분기(7~9월) 가입자 수가 2460만명에서 2380만명으로 80만명 줄었다고 밝혔다. 고객 이탈로 4분기 전망이 어둡다는 말에 이날 회사 주가는 28% 빠졌다. 코드 윌라드 블로그 월스트리트올스타닷컴 대표 겸 펀드매니저는 "넷플릭스의 경영진은 '대부3' DVD를 반납한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자신들의 브랜드와 전 사업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로이터통신은 "넷플릭스의 3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49% 늘어난 8억2180만달러,순익은 64% 늘어난 6250만달러였다"며 "경기 불황에도 비교적 선전했지만 4분기 실적은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해스팅스는 지난해 포드의 앨런 멀럴리와 애플의 스티브 잡스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미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올해의 기업인' 1위에 올랐다. 부진한 DVD 우편 대여사업을 인터넷으로 확장,20억달러 규모의 사업을 위기에서 건져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