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심상치 않다. 심리지표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더니 이제는 결과적 수치로 나타나는 기업 실적도 급전직하로 고꾸라지는 양상이다. 이는 대기업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있어 자칫 경기가 파열음을 내며 경착륙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글로벌 재정위기가 실물부문으로 본격 전이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거시지표는 이미 꺾였음이 분명하다. 1분기 4.2%에서 2분기 3.4%로 떨어진 GDP 성장률은 3분기에도 3%대에 머물 것이 유력시된다. 기업 심리를 대변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마찬가지다. 대한상의가 최근 전국 2000개 제조업을 조사한 결과 2011년 4분기 BSI는 94로, 2009년 2분기 이래 2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치 100을 하회했다. 더 심각한 것은 기업실적이다. 한국 간판 업종의 대표기업들이 간신히 적자를 면하거나 줄줄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LG전자는 매출액은 12조8973억원으로 전년 대비 4% 줄었고, 영업손실은 319억원으로 올 들어 처음 적자전환됐다. 철강업계도 심각하다. 포스코를 제외한 현대제철 동국제강 동부제철이 전부 3분기 순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기계 · 해운 · 항공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소기업 역시 비명을 지르는 형국이다. 수출 내수 모두 급격히 위축되면서 시화산업단지에는 대낮에도 빈 트럭 수십대가 서있을 정도다. 중기 가동률은 5월 이후 급락세를 보이면서, 대부분 지역이 70%대 초반이고 광주는 40%까지 떨어졌다. 상반기보다 자금사정이 어려워졌다는 중소기업이 40%에 달할 정도다. 일감도 자금도 바닥을 보이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이제 막 본격화되고 있어 경기가 앞으로 어느 정도로, 언제까지 나빠질지조차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고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마저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이전 위기 때처럼 무조건 '우리는 괜찮다'고 했다가 뒤통수 맞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정부나 기업 모두 경기급강하 가능성을 열어 놓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