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은 이달 초 삼성전자가 발표한 3분기 잠정 실적에 대해 어떤 평가나 분석을 내놓지 못했다. 계열사여서가 아니었다.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가 두 달째 공석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뿐만 아니다. 대우(섬유 · 제지) 우리투자(제약) 현대(운송) 등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에도 담당 애널리스트가 없어 분석 대상에서 제외된 업종이 한두 개씩 존재한다.

애널리스트가 부족하다.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기존 애널리스트들의 증권사 이탈 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26일 현재 금융투자협회에 등록한 62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모두 1460명.작년 말(1575명)보다 115명 줄었다.

'증권가의 꽃'으로 불리는 애널리스트가 줄고 있는 것은 업무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회의를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경력이 많은 시니어급 애널리스트들의 전직이 우선 눈에 띈다. 지난해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에서 우리자산운용으로 이동한 김학주 상무(알파운용본부장)를 시작으로 자산운용사나 자문사로 옮겨간 애널리스트들이 많다. KTB투자증권에서 철강을 담당했던 하종혁 연구원은 알리안츠자산운용 펀드매니저로 전직했다.

최근엔 아예 애널리스트를 그만두거나 다른 업종으로 이직하는 사람도 많다. HMC투자증권에서 건설과 운송을 각각 담당하던 김동준 연구원과 김정은 연구원 등은 SK경영경제연구소에 스카우트됐다. 삼성전자 출신으로 삼성증권에서 반도체를 담당했던 김도한 연구원은 CJ그룹 전략기획실로 복귀했다.

까다로워진 제도가 애널리스트 수혈을 막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2009년 '금융투자분석사' 시험을 도입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RA(리서치어시스턴트) 경력 1년 이상,금융투자교육원 교육과정 이수 등으로 애널리스트 자격 요건을 강화했다. 그러다 보니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현업에서 애널리스트로 옮겨 오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