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은 여성이 걸릴 수 있는 모든 암 중 두 번째로 흔한 암으로 알려졌다. 매년 새롭게 자궁경부암에 걸리는 여성은 전 세계적으로 약 50만명으로 보고되며, 25만명은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매일 여성 12명이 자궁경부암을 진단받고 3명이 사망해 우리나라 여성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게 발생하는 병이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자가 진단이 어려워 암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성교 후 나타나는 경미한 질 출혈이 가장 흔한 증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암이 진행되면서 출혈과 질 분비물이 증가하고 악취가 동반되기도 한다. 하지만 발병 초기에 알아차릴 수 있는 증상이 거의 없는 탓에 생리 이외의 부정 출혈이나 통증 등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암이 많이 발전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이 자궁경부암의 사전 조기발견·치료를 위해 정기검진과 백신 등 예방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은 피부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HPV(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이다. 실제로 여성 5명 중 4명은 50세 이전에 이 바이러스에 한 번 이상 감염된다는 통계가 있을 만큼 감기처럼 흔한 바이러스다. 성인 여성이면 누구나 감염에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관계뿐만 아니라 손, 구강, 피부 등을 통해서도 쉽게 감염되며 임신 중 태반을 통해서도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PV유형 중 약 30가지는 여성과 남성의 생식기 부위에 감염되는데 피부 접촉을 통해 옮기 때문에 콘돔을 사용한다고 해도 전염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암 중 유일하게 백신접종으로 예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점이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가짜 바이러스를 만들어 항체를 자동으로 생성하게 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즉 몸 속에 자연 항체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진짜 HPV가 침입하더라도 이를 막아낼 수 있다는 것.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중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최초의 예방 백신으로 알려진 MSD의 ‘가다실’이다. 가다실은 전 세계 122개국에서 승인을 받고 보급돼 있고, 약 40여개국에서는 국가 백신프로그램에 도입한 제품이다. 국내에는 2007년 6월 국내 식약청의 승인을 받아 같은 해 9월부터 접종이 가능해졌다. 이 백신은 자궁경부암 발생의 70%를 차지하는 HPV 16형과 18형을 완벽히 차단할 뿐만 아니라 다른 10가지 HPV 유형 감염에도 교차예방 효과가 있어 암을 90% 가까이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질암 및 외음부암, 항문암, HPV 6이나 11형에 의한 생식기 사마귀도 예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생식기 사마귀의 경우 수치심을 느끼기 쉬울 뿐 아니라 치료 후에도 재발이 잦아 비용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가다실을 접종하면 HPV 6·11형과 연관된 이 질병 역시 100%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09년 호주 멜버른 성보건센터(MSHC)는 국가예방접종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가다실을 접종한 28세 이하 여성들을 관찰한 결과, 생식기 사마귀 진단 건수가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 FDA는 자궁경부암 4가백신의 경우 생식기 사마귀와 항문암을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9~26세 남성들에게도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효과를 인정받은 덕에 여성뿐 아니라 9~15세의 남성에 대한 접종을 승인받은 상태다. 이런 질환들은 흔하지는 않지만 자궁경부암과 마찬가지로 한번 걸리면 치료가 어려운 데다 재발률이 높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