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 이식을 대체할 난치병 치료의 새로운 열쇠로 ‘제대혈’이 주목받고 있다. 제대혈은 엄마와 뱃속의 아기를 이어주는 탯줄에서 얻어진 혈액으로, 여기에는 적혈구 혈소판 등 건강한 혈액을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와 연골 뼈 근육 신경 등 몸을 구성하는 간엽줄기세포가 풍부하다. 이런 특성 덕에 최근 제대혈은 ‘생명의 보고’라 불리며 백혈병이나 암 등 난치병 치료에도 사용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편이지만 이식 시술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이미 600여 차례의 제대혈 이식이 이뤄졌다. 김성구 보령바이오파마 제대혈사업본부장은 “골수이식은 조직 적합성 항원이 100% 일치해야 가능해 확률이 1만명에 1명꼴”이라며 “제대혈은 조직 적합성 항원이 50%만 일치해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에 이식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가 제대혈’ 치료는 자신의 제대혈을 냉동 보관해 두었다가 아무런 가공 없이 그대로 수혈받는 것이기 때문에 부작용 우려나 위험성이 없는 안전한 시술로 각광받고 있다. 그동안 제대혈 이식 치료는 대부분 타인이 기증한 제대혈을 사용자가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미국의 경우 이미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뇌성마비 등 각종 뇌손상 질환 치료에 환자 본인의 자가 제대혈 이식이 이뤄지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최근 뇌성마비와 발달장애 등 소아 뇌신경질환, 소아 당뇨 등의 치료 목적으로도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

2007년 미국 플로리다의대에서는 자가 제대혈로 소아 당뇨 환자 임상 시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고, 한국에서는 지난 2월 보령바이오파마와 한양대 제대혈클리닉 공동으로 소아 당뇨 국내 임상 시술이 처음 이뤄진 바 있다.

제대혈 보관은 자기 자신의 줄기세포를 가장 순수한 상태로 얻을 수 있지만 출생시 단 한 번만 채취가 가능하다. 최근 일부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아이 출산시 제대혈을 바로 채취해 냉동 보관해두고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대혈 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일종의 ‘바이오 보험’인 셈이다. 국내에서는 보령아이맘셀뱅크 등이 운영 중이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