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꼬박 정기검진 받아도 불안? 습관가족병력 따라 '맞춤검진'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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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부장 강모씨(48)는 10년 이상 회사에서 실시하는 정기 건강검진을 받아왔지만 최근 들어 불안감이 부쩍 늘었다. 검진에서 이상이 없었던 직장 선후배 동료 중 벌써 여러 명이 암으로 사망했고, 현재도 두 명이 대장암으로 투병 중이기 때문이다. 최동원ㆍ장효조 등 과거 강철 같았던 운동선수들을 비롯해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유명인사도 암으로 죽는 것을 보고는 괜스레 우울증까지 느껴지곤 한다.
그는 “회사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은 필요 없는 검사까지 잡다하게 포함돼 있고 정작 필요한 검사는 빠져 있어 매년 검진을 받아도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며 “내 건강상태에 꼭 맞는 ‘맞춤 검진’을 받고 싶은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검진 상품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 정기검진 ‘확실히’ 효과 있다
직장인들의 건강검진은 통상 10월부터 12월에 몰려 있다. 건강검진이 보편화되면서 통계상으로 직장인 10명 중 7명은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다. 하지만 많은 직장인들은 연례행사처럼 된 건강검진이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조기 진단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효과는 확실하다.
연세대 보건대학원에서 과거 12년 동안 건강검진을 받은 270여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수검자)은 받지 않은 사람(미수검자)보다 의료비·입원일수·당뇨병이나 심·뇌혈관 질환 발생률 등에서 확실하게 혜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검진에서 암을 발견하는 비율도 확실히 높아졌다.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에 따르면 위암·대장암 등 13가지 암의 발견율은 2002년 0.53%에서 2005년 0.79%, 2008년 1.06%, 2010년 1.10% 등으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 어떤 병 많이 발견됐나
이대목동병원 건강증진센터에 따르면 최근 건강검진의 트렌드는 검진 나이의 시작이 30, 40대로 젊어졌다는 점이다. 30, 40대 남성 직장인들의 경우 잦은 술자리, 야식 및 운동 부족 등으로 복부비만이 급증했고 복부초음파검사에서 10명 중 7명이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이들은 몇 년 뒤 고지혈증, 고혈압, 심·뇌혈관질환으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대장 내시경에서 대장용종도 흔하게 발견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강남건진센터에서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건강검진 수검자 5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병률은 대장용종이 36.3%(145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고지혈증 33.4% △비만 29.9% △치질 28.4% △관상동맥질환 27.9% △고혈압 19.9% △당뇨 5.8% △골다공증 5.8% △십이지장궤양 4.7% △위궤양 1.8% 등의 순이었다.
김정숙 이대목동병원 건강증진센터 소장은 “대장용종 중 선종은 5~10년 뒤 대장암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아 조기에 용종을 찾아 절제하는 예방이 필요하다”며 “복부비만이 있거나 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대장 내시경 검진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 건강검진 똑똑하게 받으려면
최근 증가하고 있는 대장암이나 전립선암 검사는 대부분의 종합검진에서 빠져 있다. 대장암 검진을 위해 추가비용이 들더라도 대장 내시경 검사를 별도로 받을 필요가 있다.
또 폐암의 조기 발견에 효과적인 폐 CT도 웬만한 종합검진에는 들어있지 않다. 매년 꼬박꼬박 종합검진을 받고도 대장암이나 폐암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다.
최재원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 소장은 “병원이 모든 것을 다 알아서 검사해줄 것으로 맡기지 말고 자신의 병력이나 생활습관,질병의 가족력 등을 고려해 적합한 검진상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작년에 받은 검진 결과표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각 병원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해 적합한 검진 상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의들은 충고했다.
1999년부터 매년 종합검진을 받아온 김모씨(57). 종합검진만으로 부족하다고 느껴 2007년엔 뇌 MRI를 추가했다. 천만다행으로 그때 뇌에서 3㎝ 크기의 혹이 발견돼 2009년 종양 제거수술을 받고 깨끗이 완치됐다. 김씨처럼 추가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필요한 검사 1~2개를 추가하는 ‘선택검진’이 종합검진의 허점을 메워줄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 선택검진은 뭐가 좋을까
가족 중 암 환자가 있는 경우엔 그 암에 대한 검진을 좀 더 일찍, 자주 시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직계 가족이 40세를 전후해 대장암으로 사망했다면 장벽에 무수히 많은 폴립이 생기는 ‘가족성 용종증’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30대부터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가족 중 당뇨나 고혈압·고지혈증 등 생활습관병(성인병) 환자가 있는 경우 다른 가족들은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검사를 최소한 1년에 2회 정도 받아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등이 발병하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최근에는 혈관에 석회질이 침착된 정도를 측정함으로써 동맥경화의 정도를 알아보는 ‘EBT(하트스캔)’ 같은 검사도 시행되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는 눈·신장·발 등에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키므로 의사 지시에 따라 주기적으로 망막검사, 신경검사, 신장검사 등을 받을 필요가 있다.
도움말=최재원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 소장,김정숙 이대목동병원 건강증진센터 소장,이정현 세브란스병원 강남건진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그는 “회사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은 필요 없는 검사까지 잡다하게 포함돼 있고 정작 필요한 검사는 빠져 있어 매년 검진을 받아도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며 “내 건강상태에 꼭 맞는 ‘맞춤 검진’을 받고 싶은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검진 상품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 정기검진 ‘확실히’ 효과 있다
직장인들의 건강검진은 통상 10월부터 12월에 몰려 있다. 건강검진이 보편화되면서 통계상으로 직장인 10명 중 7명은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다. 하지만 많은 직장인들은 연례행사처럼 된 건강검진이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조기 진단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효과는 확실하다.
연세대 보건대학원에서 과거 12년 동안 건강검진을 받은 270여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수검자)은 받지 않은 사람(미수검자)보다 의료비·입원일수·당뇨병이나 심·뇌혈관 질환 발생률 등에서 확실하게 혜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검진에서 암을 발견하는 비율도 확실히 높아졌다.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에 따르면 위암·대장암 등 13가지 암의 발견율은 2002년 0.53%에서 2005년 0.79%, 2008년 1.06%, 2010년 1.10% 등으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 어떤 병 많이 발견됐나
이대목동병원 건강증진센터에 따르면 최근 건강검진의 트렌드는 검진 나이의 시작이 30, 40대로 젊어졌다는 점이다. 30, 40대 남성 직장인들의 경우 잦은 술자리, 야식 및 운동 부족 등으로 복부비만이 급증했고 복부초음파검사에서 10명 중 7명이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이들은 몇 년 뒤 고지혈증, 고혈압, 심·뇌혈관질환으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대장 내시경에서 대장용종도 흔하게 발견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강남건진센터에서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건강검진 수검자 5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병률은 대장용종이 36.3%(145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고지혈증 33.4% △비만 29.9% △치질 28.4% △관상동맥질환 27.9% △고혈압 19.9% △당뇨 5.8% △골다공증 5.8% △십이지장궤양 4.7% △위궤양 1.8% 등의 순이었다.
김정숙 이대목동병원 건강증진센터 소장은 “대장용종 중 선종은 5~10년 뒤 대장암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아 조기에 용종을 찾아 절제하는 예방이 필요하다”며 “복부비만이 있거나 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대장 내시경 검진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 건강검진 똑똑하게 받으려면
최근 증가하고 있는 대장암이나 전립선암 검사는 대부분의 종합검진에서 빠져 있다. 대장암 검진을 위해 추가비용이 들더라도 대장 내시경 검사를 별도로 받을 필요가 있다.
또 폐암의 조기 발견에 효과적인 폐 CT도 웬만한 종합검진에는 들어있지 않다. 매년 꼬박꼬박 종합검진을 받고도 대장암이나 폐암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다.
최재원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 소장은 “병원이 모든 것을 다 알아서 검사해줄 것으로 맡기지 말고 자신의 병력이나 생활습관,질병의 가족력 등을 고려해 적합한 검진상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작년에 받은 검진 결과표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각 병원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해 적합한 검진 상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의들은 충고했다.
1999년부터 매년 종합검진을 받아온 김모씨(57). 종합검진만으로 부족하다고 느껴 2007년엔 뇌 MRI를 추가했다. 천만다행으로 그때 뇌에서 3㎝ 크기의 혹이 발견돼 2009년 종양 제거수술을 받고 깨끗이 완치됐다. 김씨처럼 추가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필요한 검사 1~2개를 추가하는 ‘선택검진’이 종합검진의 허점을 메워줄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 선택검진은 뭐가 좋을까
가족 중 암 환자가 있는 경우엔 그 암에 대한 검진을 좀 더 일찍, 자주 시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직계 가족이 40세를 전후해 대장암으로 사망했다면 장벽에 무수히 많은 폴립이 생기는 ‘가족성 용종증’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30대부터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가족 중 당뇨나 고혈압·고지혈증 등 생활습관병(성인병) 환자가 있는 경우 다른 가족들은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검사를 최소한 1년에 2회 정도 받아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등이 발병하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최근에는 혈관에 석회질이 침착된 정도를 측정함으로써 동맥경화의 정도를 알아보는 ‘EBT(하트스캔)’ 같은 검사도 시행되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는 눈·신장·발 등에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키므로 의사 지시에 따라 주기적으로 망막검사, 신경검사, 신장검사 등을 받을 필요가 있다.
도움말=최재원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 소장,김정숙 이대목동병원 건강증진센터 소장,이정현 세브란스병원 강남건진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