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공격적 광고는 경기회복 후 기회 잡는 길
경기가 어려워지면 기업은 광고비를 줄이는 경향이 있다. 광고비 투자와 수익의 연관성을 증명하기 어렵고, 비용을 투입하는 즉시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가 위축받는 경기 침체기일수록 기업은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제품의 필요성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불가피하게 광고비를 줄이더라도 한정된 예산으로 광고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경제성장이 둔화할 때는 소비자의 불안심리를 해소할 수 있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가 효과적이다. 경기 침체기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하고 싶은 내면의 욕구와 소비를 마음껏 할 수 없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과 불안을 겪는다. 따라서 제품 구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제시하는 감성적인 메시지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소비자를 응원하고 위로하는 내용의 광고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소비자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줌으로써 제품과 브랜드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는 광고를 전달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제한된 예산으로 광고 효과를 높이려면 효율적인 매체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통적인 매체와 뉴미디어를 함께 활용할 때 시장 점유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다. 다양한 매체를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마케팅 활동을 병행한다면 광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제네릭(generic) 광고와 공동 광고는 불황기에 비용을 절약하면서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광고 방법이다. 제네릭 광고는 개별 브랜드가 아닌 제품군 전체를 광고하는 것으로, 업계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효과가 있다. 공동 광고는 서로 다른 기업의 제품을 하나의 광고에 담는 것으로 상대 브랜드의 장점을 공유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경기 침체기일수록 광고 예산을 늘리고 소비자와 소통을 강화하는 역발상 전략도 고려할 만하다. 경기 침체기는 광고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시기다. 경쟁 업체의 활동이 위축된 틈을 타 적극적으로 광고하면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경기 침체기의 적극적인 광고 활동은 경기 회복 이후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제일기획 연구에 따르면 외환위기 때 광고비를 10% 이상 늘린 기업은 경기가 회복기에 접어든 2002년 매출이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시기 광고비를 10% 이상 줄인 기업은 매출 증가율이 14%에 그쳤다.

경기가 침체하면 기업은 생존에만 몰두해 미래를 위한 준비에 소홀해지기 쉽다. 하지만 불황기에 투자하지 않은 기업은 경기 회복 후에도 기회를 잡기 어렵다. 경기 침체기 광고 전략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불황을 기회로 삼아 성공한 기업은 광고를 무조건 줄이기보다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관찰하고 그에 맞는 광고 전략을 수립, 수행했다. 어려울 때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신뢰를 쌓은 기업은 호황기에 상응하는 대가를 얻을 수 있다.

김경란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kr0910.kim@sams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