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가 9분기 만에 276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큰 폭의 적자인 것은 맞지만 예상했던 범위 내에 들어가는 수준이라며 4분기부터는 개선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이닉스는 27일 한국채택회계기준(K-IFRS) 연결기준으로 지난 3분기 영업손실이 D램 가격 급락에 따른 재고자산평가손실 1320억원을 포함한 276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3분기부터 이어졌던 흑자 행진이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영업이익률은 -12%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조2911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7% 감소, 순손실은 환율 상승으로 발생한 2500억원의 외환관련 손실 등을 반영해 562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소폭 밑도는 수준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예상치 평균)는 2318억원 적자이다.

하이닉스의 실적 부진은 계절적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PC 수요 저조 등으로 반도체 D램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성인 키움증권 IT총괄 상무는 "전체적인 실적은 예상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지만 PC업체의 수요 부진으로 외형 매출은 예상보다 소폭 부진했다"며 "D램 출하량 증가폭이 예상보다 감소한 부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영업적자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부분이고 규모 역시 예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실적은 3분기 저점을 확인한 후 4분기부터는 전반적인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3분기 반도체 D램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9% 증가했으나 평균판매가격(ASP)은 29% 하락, 전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반면 낸드플래시의 경우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16% 증가했으며 평균판매가격은 14% 하락해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실적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업황을 고려했을 때 하이닉스의 실적이 해외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상무는 "대만의 난야 이노테라 등 해외 경쟁업체와 비교하면 선방한 실적이다"라며 "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12%에 그쳤지만 앞서 실적을 발표한 난야와 이노테라의 영업이익률은 -134%, -77%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부진한 실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업황이 회복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생존 능력'에서 앞선 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계 상황을 넘어선 해외 경쟁사들의 추가 감산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변 연구원은 "D램 판매가격이 더 내려갈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만약 이 같은 상황이 더 지속되거나 악화된다면 난야 등 대만 경쟁사의 추가 감산이나 이노테라 엘피다 등의 감산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국 홍수 사태가 최대 리스크(위험) 요인이라는 관측이다. 김 상무는 "현재 문제는 전 세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생산의 20%가량을 맡고 있는 태국에서의 HDD 공급 차질 규모다"라며 "PC 완제품에도 영향을 끼쳐 반도체 D램 가격이 추가 하락하거나 최소한 반등하지 못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변 연구원은 "태국의 홍수 사태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공급이 10월 기존 목표 대비 10%, 다음달에는 최대 30~40%의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급 차질이 실제로 PC출하량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결국 반도체 D램 가격에도 부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태국의 홍수 변수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게 김 상무의 분석이다. 그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HDD대신 SSD 방식으로 몰리면서 낸드 플래시메모리의 가격이 반등할 여지는 있다"며 "낸드 플래시가 전체 제품 비중의 20~30%를 차지하고 상황에서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판매 비중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3분기 말 현재 70%를 넘어선 20나노급 비중을 연말에는 70% 후반까지 확대할 예정이며 차세대인 20나노 제품도 4분기에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하이닉스 측은 "4분기 낸드플래시 출하량 증가율은 10% 중반으로 예상된다"며 "연간으로는 업계 평균 증가율 80%를 크게 웃도는 130% 이상의 실적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