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실업이 오는 30일 창립 40주년을 맞는다. 1971년 부산의 조그마한 신발 부품 제조 업체인 정일산업으로 출발한 태광실업은 세계 최대 스포츠화 브랜드 나이키의 글로벌 5대 파트너 중 하나로 성장했다.

40돌 생일로 경사를 맞았지만 회사 내부는 '초상집' 분위기다. 창업주인 박연차 전 회장이 지난 6월 서울고등법원의 '박연차 게이트' 파기 환송심에서 병 보석으로 재판을 받던 중 법정 구속돼 서울 구치소에 재수감됐기 때문이다.

태광실업은 당초 미국 나이키 본사와 해외 진출 지역인 베트남 · 캄보디아의 정부 고위 인사를 대거 초청,창립 행사를 성대하게 치를 계획이었으나 박 전 회장이 재수감됨에 따라 이를 취소했다.

또 기념사업으로 다문화가정을 돕기 위한 대규모 지원센터를 건립할 예정이었으나 이 역시 무기한 연기했다.

정경득 태광실업 부회장은 "사람으로 치면 불혹의 나이가 돼 축제 분위기여야 하나 초상집 같다"며 "매년 창립기념일 때 해온 김장담그기 정도만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의 재수감으로 회사 측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해외사업 차질이다. 특히 국내 민간기업이 해외에서 수주한 최대 규모 BOT(건설-운용-양도)사업인 베트남의 남딘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 빨간불이 켜졌다.

태광실업이 총 투자비 45억달러 규모의 이 사업을 따낼 수 있게 된 데는 박 전 회장이 17년간 베트남에서 나이키 협력 공장을 운영하며 구축한 정부 관료들과의 끈끈한 네트워킹이 큰 자산이 됐다. 회사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이 재수감된 뒤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그 틈을 말레이시아 기업 등이 파고들 태세여서 비상이 걸린 상태"라고 말했다.

태광실업 계열의 화학업체인 휴켐스도 베트남 국영 석탄광업공사(비나코민)와 암모니아 · 질산 등을 생산하는 화학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나 이 역시 박 전 회장의 재수감으로 불투명해졌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박 전 회장은 심장 질환으로 심혈관 확대용 스텐트를 5개 심었고 어깨 근육 파열,허리 디스크에 재수감까지 겹쳐 육체적 ·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회사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해외사업이 물거품이 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