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풍향계였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박원순 시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앞세워 정당조직을 무력화했다. 세대 대결에서 2040세대로부터 몰표를 받았다. 이는 내년 총선과 대선이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치러질 것임을 보여준다. 특히 한나라당은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밀리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경제신문이 이번 선거의 서울지역 득표율을 지역구별로 분석한 결과 한나라당은 '텃밭'인 강남권과 용산외엔 모두 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득표도 18대에서 받았던 표보다 크게 하락했다.

◆서울 대부분 지역 비상

서울 48개 국회의원 지역구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이긴 곳은 강남 갑 · 을,서초 갑 · 을,송파 갑 · 을,용산구 등 7곳이 전부다. 나머지 41개 지역에선 박원순 후보가 과반수의 득표율로 이겼다. 한나라당은 18대 총선에서 서울에서만 41석을 획득했다.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텃밭에서도 지지율이 약화되는 추세다. 나경원 후보의 득표율이 60%를 넘긴 곳은 한나라당 서울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종구 의원 지역구인 강남갑(64.7%)과 이혜훈 의원 지역구 서초갑(61.8%) 두 곳에 불과했다.

잠실재건축 단지가 밀집해 중산층이 거주하는 송파구로 넘어가면 득표는 더 떨어진다. 나 후보의 득표율은 송파갑(박영아 의원) 52.2%,송파을(유일호 의원) 53.2%로 박 후보 득표율과 5%포인트 안팎의 차이에 불과하다. 송파병(김성순 민주당 의원)과 강남4구로 통하는 강동갑(김충환 의원) 및 강동을(윤석용 의원)은 3~6%포인트 차이로 오히려 뒤졌다. 목동 대단지의 양천갑(원희룡 의원)도 근소하게 밀렸다.

이번 선거 결과만 보면 중진급 스타의원들의 지역구 사정도 좋지 않긴 마찬가지다. 홍준표 대표 지역구인 동대문을에선 나 후보가 10%포인트 차이로 졌다. 6선 정몽준 전 대표(동작을)나 4선 이재오 의원(은평을)도 나 후보의 득표율이 42.6%,42.8%로 박 후보의 득표율 56.6%,56.5%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뒤졌다. 나 후보 지역구인 중구 역시 47.1% 대 52%로 밀렸다.

한 서울 의원은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이 완전히 돌아선 데다 야권이 한 후보로 단일화한 후폭풍"이라며 "지금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까지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에 전면에 선 의원들의 지역구 득표율은 아주 좋지 않았다. 신지호 진성호 안형환 강승규 의원은 9~20%포인트 뒤진 것으로 나왔다.

◆"디지털 노마드 정당 거듭나야"

한나라당엔 비상이 걸렸다. 당 곳곳에서 "이러다간 수도권 전멸"이란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서울 · 경기 · 인천의 총 의석 수는 111석.이들 지역의 패배는 총선 패배로 직결된다. 한 중진 의원은 "새 당을 차리든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 의원이 얻은 표와 비교해도 31곳에서 득표율이 떨어졌고,10곳은 1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정두언 의원의 지역구 서대문을의 득표율 하락은 17.1%포인트에 달한다. 홍 대표와 정 전 대표의 득표율도 11% 이상 떨어졌다.

때문에 한나라당은 물갈이와 당 조직의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경필 최고위원 은 "당 개혁에 매진해야 하고 그 폭과 깊이는 근본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나라당에 패배를 안긴 20~40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전략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홍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쇄신을 통해 공감 · 소통을 중시하는 디지털 노마드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내주 초 쇄신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후/남윤선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