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중국 총리에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리커창 국무원 상무부총리가 27일 오후 LG전자 연구 · 개발의 심장인 서울 양재동 서초R&D캠퍼스를 찾았다. 구본무 LG 회장 안내를 받아 오후 3시30분께부터 30분 남짓 연구센터를 둘러보며 LG전자의 3차원(3D)TV와 스마트폰,디오스 냉장고,휘센 에어컨 등의 제품을 살폈다.

구 회장과 나란히 3D 안경을 끼고 3D 영상을 감상하며 환담 시간을 갖기도 했다. 리 부총리는 LG 연구원들이 생활 밀착형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처럼 꾸며놓은 이노베이션랩 시설을 둘러본 자리에서 "기술개발 때 심리학 · 사회학까지 접목시켜 연구하는 시설이 있어 LG가 세계 시장에서 앞서갈 수 있고 점점 더 강한 회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중국 기업들이 이런 점을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LG는 리 부총리 영접을 위해 구 회장 외에도 구본준 LG전자 부회장,강유식 ㈜LG 부회장,안승권 LG전자 사장(최고기술책임자) 등이 출동했다.

재계에선 지난 26일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한 리 부총리가 다른 기업을 제치고 LG 연구소를 방문한 배경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위기다. LG는 "중국 고위층이 예전부터 LG에 큰 관심을 가져왔고 이번 방문도 그 연장선상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1998년엔 후진타오 부주석(현 국가 주석),2003년엔 우방궈 전국인민대표회의위원장(현 상무위원장),2005년엔 시진핑 저장성 당서기(현 국가 부주석) 등이 LG를 찾았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일부에선 리 부총리의 직계로 불리는 왕양 광둥성 서기를 돕기 위해 LG를 찾은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광둥성 광저우에 4조원을 들여 8세대 LCD(액정표시장치) 공장을 짓기로 한 LG디스플레이가 시황 악화를 이유로 '재검토' 뜻을 내비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왕 서기는 중국 핵심 권력인 차기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LG가 투자를 철회하면 왕 서기의 상무위원행에 빨간불이 켜질 수도 있다.

재계의 중국 인맥이 조금씩 다른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은 시진핑 부주석과 교류가 더 많은 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해 2월 시 부주석과 면담한 뒤 쑤저우에 LCD 공장 건설 허가를 받았다. 쑤저우가 위치한 장쑤성은 시 부주석이 서기를 지낸 곳이다. 시 부주석을 물밑에서 지원해온 쩡칭홍 전 부주석과도 두터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중국 권력 서열 4위인 자칭린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과 돈독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자 주석은 작년 11월 현대차 베이징 3공장 기공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SK는 고(故) 최종현 회장 시절부터 중국에 공을 들여 후 주석,원자바오 총리 등과 두루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리 부총리는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4단체 초청으로 신라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 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친환경 에너지와 자원개발에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정인설/이유정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