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금감원서 나갈 사람은 나가고…"
금융감독원의 인력이 잇따라 로펌 금융회사 등으로 빠져 나가고 있다. 오는 30일부터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이 시행되면 재산공개 및 취업제한 대상이 현재 2급 이상에서 4급 이상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개정 공윤법은 금감원 4급 이상 직원에 대해 직전 5년간 근무한 유관분야 취업을 2년간 금지하고 있다. 금감원의 4급 이상 직원은 전체 임직원의 84%인 1417명에 달한다.

27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사직서를 낸 직원은 20명을 넘어섰다. 지난 25일엔 8명이 한꺼번에 그만두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부분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인 직원들이 조직에서 비전을 갖고 일하기 어렵다는 등의 사유로 사직했다"며 "일반 기업의 대리급인 직원들까지 취업을 제한하는 데 대한 젊은 직원들의 반감이 예상보다 크다"고 말했다.

금감원 내부에선 재취업 제한 강화로 직업선택의 자유가 지나치게 침해당한 데 이어 대부분의 직원들에게 재산등록 의무를 부여해 감독기관 직원으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인력 유출에 대해 권혁세 금감원장(사진)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직원들이 공인의식과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 인력유출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그러면서도 "(유출 규모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며 "나갈 분은 나가고 새로 (들어올 분은 들어와) 순환이 잘돼야지"라고 언급했다.

그는 직원들의 잇따른 퇴직과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치 등으로 금감원이 다시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권 원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5차 아시아 감사 리더십포럼' 기조연설에서 "금융회사 감사의 임기를 보장하고 대주주 직접 검사제도를 도입하는 등 감사 업무 여건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원장이 감사 업무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것은 대주주 및 경영진이 내부감사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행 상법상 감사의 임기는 1년 이상이지만 매년 임기를 맞을 경우 감사가 대주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를 2~3년으로 늘려 실질적인 임기를 보장해 주겠다는 의미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류시훈/서정환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