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백' 인종차별을 고발하다
백인 여주인은 흑인 가정부들이 자신의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다. 질병을 옮길 수 있다는 험담까지 늘어놓는다. 그녀는 흑인 가정부들만 사용하는 화장실을 따로 짓는다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그렇게 한 뒤 이를 주(州) 전체로 확산되도록 입법화를 추진한다. 링컨 미 대통령이 노예 해방을 선언한 지 꼭 100년이 지난 1963년 미시시피주에서 인종차별이 자행되는 실상이다.

백인 작가지망생 '스키터'(엠마 스톤)는 흑인 가정부에게 이런 고단한 삶을 책으로 쓰자고 설득한다. 그 흑인 가정부는 17명의 백인 아이들을 친모보다 헌신적으로 돌봤지만 정작 자기 아들은 잃고 말았다. 두 여주인공은 당시 법제하에서 처벌을 각오하고 용기 있게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한다.

동명 베스트셀러를 토대로 만든 할리우드영화 '헬프'(감독 테이트 테일러)는 지난 8월 미국에서 개봉돼 올해 최장기인 3주 연속 흥행 1위를 달렸다. 인간 존엄과 인종차별 고발이란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풀어내서다.

극 중 '흑인전용 화장실'이나 '백인전용'이란 문구가 적힌 택시 등은 현대인의 시각으로는 너무나 시대착오적이어서 관객들에게 헛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백인 여주인 화장실을 사용한 죄(?)로 해고된 흑인 가정부 미니가 여주인에게 복수하는 장면은 후련한 웃음을 선사한다. 요리가 특기인 미니는 파이를 만들어 여주인에게 사과의 뜻인 양 선물한다. 여주인이 맛있게 먹어 치운 파이 속에는 사실 미니의 '똥'이 묻어 있다.

이 장면은 단순히 유머를 주기 위한 장치에 그치지 않는다. 힘으로 상대방을 굴복시킬 수 있다고 해도 얼마든지 자신도 모르게 복수의 '칼'을 맞고 살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준다.

'헬프'는 아시아 각국의 노동자들과 함께 살고 있는,오늘의 우리나라에도 반면교사가 된다. 타 국민을 얕보고 자행하는 편법과 불법 행위들이 얼마든지 독화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11월3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