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클렌저 인기 '거품' 아니예요"…10개월 만에 700억 '대박'
"제 2의 하유미팩이요? 제 1의 황토팩이나 거품 클렌저가 되고 싶은데요?" 최근 홈쇼핑의 '대세' 화장품을 꼽으라면 하유미팩이라고 불리우는 제닉의 '수용성 하이드로겔 마크스팩'과 송학의 '오제끄 산소마스크 클렌저'다.

'오제끄 산소마스크 클렌저'는 거품 세안으로 화장을 지우는 동시에 미백, 보습 효과까지 뛰어나 인기를 얻고 있다. 홈쇼핑 판매를 시작한 지 1년밖에 안됐지만 이미 비슷한 컨셉트의 상품들이 쏟아지면서 '거품 클렌저'의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지난주 거품 클렌저의 원조인 송학 본사를 찾아갔다. 경기도 성남시 궁내동. 경부 고속도로 판교나들목 인근 주택가 4층짜리 빌딩이 눈에 들어왔다. 아슬아슬하게 삼각형 형태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이 건물에 정말 연 매출 1000억원을 하는 회사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절로 들었다. 공사중인 2층 전시실·회의실을 거쳐 3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20명 가량의 직원들이 빼곡히 앉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장실은 따로 없었다. 안쪽에 파티션으로 구분된 방에 사장자리와 직원들의 책상 5개가 놓여 있었다. 흔한 소파도 상장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장식장도 없었다. 사장과 팀원들의 책상만 자리잡고 있었다.

사장 자리는 찾아내기 어려웠지만 사장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검은색 벨벳 투피스를 차려입은 강경아 사장(42)이 걸어나왔다. "안녕하세요"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피부가 좀 좋아보이나요? 호호호" 유쾌하게 웃는 모습에 여유가 묻어났다. 별도의 응접 공간이 없다보니 인터뷰는 강 사장의 책상에 같이 앉아 진행했다.

"버블클렌저 인기 '거품' 아니예요"…10개월 만에 700억 '대박'
"사업을 시작한 10년 전부터 분당 인근에서 해왔어요. 집도 분당이구요. 이 쪽에 계속 정이 들더라구요." 피부가 좋은 비결을 묻자 대답을 머뭇거렸다.

"전 아직도 집에 가면 황톳물로 세수하고 팩하거든요. 지장수라고 하죠? 물을 내서 밥도 해먹고 국도 끓여먹어요. 지금은 집에서만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황토의 좋은 점이 다시 알려지리라 믿어요."

강 사장이 말 끝을 흐렸던 이유는 한 때 흥했던 사업, '오색황토'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탤런트 김영애의 '참토원'과 강 사장의 '오색황토'는 2002년부터 홈쇼핑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참토원은 GS홈쇼핑에서, 오색황토는 현대홈쇼핑을 비롯해 CJ, 롯데홈쇼핑(당시 우리홈쇼핑)에서 방송하면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2년 여동안 참토원은 1700억원, 오색황토는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2007년 10월 위기가 찾아왔다. 황토팩 제품에 쇳가루가 유입됐다는 내용의 보도가 공중파 방송을 타면서 사업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당시 참토원은 즉각 사업을 접었고 오색황토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방송의 위력이 크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습니다. 오색황토팩은 아예 방송날자가 잡히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래도 현대홈쇼핑 덕분에 살아났습니다."

'큰 사건'을 겪으면서 2006년 360억원까지 커졌던 매출은 2007년 28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송학은 서브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황토비누로 재기를 노렸다. 홈쇼핑 외에 매출을 다변화하기 위해 대형마트와 오프라인, 수출에도 문을 두드렸다. 투자는 컸지만 성과는 작았다. 이 때 홈쇼핑에 다시 문을 두드린 제품이 보디스크럽(body scrub)이었다.

"TV홈쇼핑에서 '보디제품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속설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냥 보디제품도 아니고 황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스크럽 제품이었으니 자신 있었습니다." 송학의 '바디바디스크럽'은 홈쇼핑 최단 기간에 70만개를 팔아치우고 2008년 상반기 히트 상품으로 선정됐다. 일본을 비롯한 중국, 미국, 대만, 베트남까지 42만달러(5억원) 가량 수출하게 됐다.

이렇게 '황토'만 고집할 것 같았던 그는 지난해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 오제끄 산소마스크 클렌저가 그 주인공이다. 2009년 무렵 일본을 비롯해 해외 미용업계에선 '거품'으로 '팩'을 하는 제품이 히트했다. 거품을 이용하면 간편하고 거품의 고운 입자가 피부에 골고루 전달된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거품'으로 매일매일 귀찮은 화장지우기를 할 수 없을까?

흙으로 팩도 하고, 흙으로 몸을 씻어내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던 그였다. '거품으로 화장을 지우자'는 개념은 더이상 새롭게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였다. 난관은 역시 판매망이었다. 홈쇼핑이 아니면 새로운 개념을 설명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몇 군데 문전박대를 당한 끝에 CJ오쇼핑과 손을 잡았다. 지난해 6월 '올인원 멀티 클렌저' 이름으로 세상에 나오게 됐다.

강 사장은 방송에 직접 출연해 제품의 장점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판매는 삽시간에 늘어났고 동시에 제품의 업그레이드도 빠르게 진행됐다. CJ에서 시작된 판매망은 현대로 영역을 넓혔다.
"버블클렌저 인기 '거품' 아니예요"…10개월 만에 700억 '대박'
올 1월, 방송 시작 8개월 만에 '오제끄 산소마스크 클렌저'는 100만개가 판매됐다.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량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3월에는 200만개가 팔리면서 매출은 300억원을 돌파했다.

CJ오쇼핑에서는 하유미팩을 밀어내고 상반기 히트상품 1위에 이름을 올렸다. 10월 현재 기준으로 판매된 물량은 630만개, 매출은 730억원에 달한다. 제품을 론칭한지 1년4개월 만이다.

강 사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제품력을 강화한 '오제끄 산소마스크 클렌저' 시즌4 다. 또 '오마이페이스(Oh My Face)' 시리즈를 출시할 계획이다. 스프레이 형태의 세럼으로 낮에는 영양을 공급하고 밤에는 마스크팩 역할을 한다. 다시말해 '뿌리는 팩'이다.

그녀는 올해 매출 1000억원 돌파를 자신했다. 이미 '거품 클렌저'로만 7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데다 찜질팩인 '오색약손'이나 '바디바디스크럽', '황토비누' 등 스테디 셀러들도 제몫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좀 더 편하고 새로운 화장품'에만 매달리는 그에게 상장계획을 넌지시 물었다. 강 사장은 손사래만 쳤다.

"저는 아직 먼 것 같아요. 판매망을 넓혔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홈쇼핑에만 판매하는 중소기업이니까요. 물론 주위에서는 자본금을 늘리자거나 상장을 해보자는 얘기가 있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상장 보다는 아직은 새로운 제품들을 선보이는 데 더 마음이 갑니다."

송학은 2002년 5월 설립됐다. 강 사장이 직장생활을 해서 번 돈 5000만원으로 회사가 차려졌다. 이 자본금은 9년째 유지되고 있다. 언니인 강지양 이사는 마케팅과 기획을, 오빠인 강준영 이사는 생산과 물류를 담당하면서 수년째 막내인 강 사장과 한 배를 타고 있다. 미혼인 그는 절망이나 부진, 상장의 유혹(?)까지도 가족의 힘으로 차근차근 극복했다고 전했다.

황토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강 사장 자신이 어릴 때부터 놀던 광산이 지금은 송학의 황토채취장이 되어 있다. 미네랄이 풍부한 맥반석 암반수를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고 싶은 바람도 비쳤다. 어린시절에는 흙장난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흙으로 완벽함을 추구하는 장인의 모습마저 스쳐 지나갔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사업을 축소하기는 했지만 '황토'에 대한 미련은 계속 남아 있어요. 지금도 경남 고성의 채취장에 다녀올 때마다 황토의 효과와 효능에 대해 감탄합니다. 현대인들이 편리하고 빠르면서 즉각적인 효과를 원하지만 언젠가는 황토로 이러한 요구를 만족시킬 제품도 만들고 싶습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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