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권 뜻 있으면 총선 나와야"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모두 '창조적 파괴'수준으로 변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박원순 시장의 멘토로 알려진 김종인 전 의원(사진)은 28일 기자와 만나 "민주당은 10월3일 야권단일화 경선 패배로,한나라당은 10 · 26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그간의 존재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은 한국 정당의 위기라는 게 김 전 의원의 진단이다.

그는 "기업들도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는데 우리 정당들은 조직논리에 빠져 안주해왔다. 정치 시장이 바뀌었다. 생존을 위한 대변화에 나서지 않으면 존재가치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이번 선거를 두고 무승부라고 얘기했는데 그런 식으로 민심을 받아들이면 희망이 없다"고 비판했다. 대한민국의 주축인 20~40대는 물론 50대 초반으로부터 한나라당이 배척받은 이유가 이런 인식 때문이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해 "정부 여당과 이에 반대하는 세력 간의 대결이었다. 정신 못차리면 내년 총선 대선으로까지 이런 구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는 여야 모두 정신을 차려야 한다. 시민들은 변화하는데 옛날 사고에 갇혀 보수로,진보로 나뉘어 싸우는 것을 국민들이 역겨워한다"고 질타했다. '안철수 · 박원순 현상'과 관련,"어느 정당도 20대 청년실업,30~40대의 고민에 답을 못 내놓고 있다. 그래서 배척받는 것이고 안과 박이 등장한 것이다. 이 사람들이 무슨 해결책이 있는 게 아니다. 그들과 공감하기 때문에 박수갈채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세론이 타격을 입었다는 전망에는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정권심판론이라는 흐름이 박 전 대표가 나서도 엎을 수 없는 정도로 컸다. 박 전 대표는 피해자가 아니다. 오히려 이번 선거기간 중 한나라당에서 유일하게 흔들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 다니면서 민심의 실상을 체험했을 테니 대변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 시장에 대해서는 "서울이 전국 도시 중 빈민이 가장 많은 곳이다. 그렇게 할 것으로 믿지만 화장(토목사업)하는 데 돈 쓰지 말고 시민들의 실생활을 바꾸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 교수의 행보에 대해선 "대권 도전의지가 있는 사람은 정치권에 들어가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여의도 정치를 극복의 대상으로만 여겨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안 교수에게 대권에 뜻이 있으면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라고 권했는데 말을 들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이번 선거결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정책기조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수습할 방도도 없지만 청와대는 보고 싶은 것,듣고 싶은 것만 듣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기 전까지 스스로 모든 게 자기 뜻대로 되고 있다고 착각하는 '집'이 청와대"라고 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 전 의원은 노태우 정부에서 경제수석을 지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40대의 반한나라 투표성향이다. 김 전 의원은 "보수화돼가던 40대의 귀환이라고 하는데 보수 진보의 시각에서 접근하면 답을 못 찾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찍으면 보수고,박원순 시장을 찍으면 진보인가. 이번 선거는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결국 '먹고사는 문제'가 40대의 민심이반을 가속화시켰다는 얘기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