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무심코 꺼낸 판촉용 라이터…그녀 표정이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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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센스 - 럭셔리 라이터 3대 브랜드
S.T.듀퐁·지포·던힐
소모품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줘야…점화부 주변은 소형 솔로 청소
S.T.듀퐁·지포·던힐
소모품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줘야…점화부 주변은 소형 솔로 청소
끊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통계상 아직도 한국 남자 40%는 담배를 피운다. 당신이 그 40% 중 하나라면,그리고 가끔 큰맘 먹고 좋은 슈트나 시계를 살 정도로 스타일에 관심이 있다면,좋은 라이터도 한번 장만해 보는 건 어떨지."툭하면 잃어버리는데 뭣하러 비싼 걸 사냐"고 심드렁해할 필요는 없다. 고급스러운 라이터를 쥐게 되면 라이터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것이다. 더구나 세발낙지집이나 유흥주점 이름이 찍힌 판촉용 라이터는 마음에 드는 여자 앞에서 꺼내기엔 좀 곤란하지 않은가.
●S.T.듀퐁의 소리
프랑스산(産) S.T.듀퐁 라이터의 상징은 뚜껑을 열 때 나는 특유의 '클링' 사운드다. 회사 관계자는 "크기,무게,재질 등이 종합적으로 균형을 이뤄야 나올 수 있는 장인정신의 소리"라며 "듀퐁 공장에는 이 소리가 제대로 나는지만을 검사하는 전문가인 '마담 클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브랜드의 베스트셀러는 1960년대 출시돼 듀퐁의 전성시대를 이끌어온 '라인 2'다. 중국 옻칠 전문가들에게 전수받은 비법을 응용해 라이터 표면을 코팅 처리했다. 젊은층을 겨냥한 '미니젯'은 화려한 원색에 날렵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올해 출시된 최고급 한정판으로는 몸체에 다이아몬드 70개를 박은 '70주년 기념 라이터'(770개 한정 생산)와 페르시아의 화려한 문화를 표현한 '천일야화'(1001개)가 판매되고 있다. 샤넬 수석디자이너인 칼 라거펠드와 협업해 만든 '몽 듀퐁'은 붉은 립스틱을 닮은 디자인으로 여성적 느낌을 살린 제품이다.
●지포의 젊음
미국 브랜드인 지포는 20대를 중심으로 젊은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바람에 절대 꺼지지 않는 방풍 라이터로 실용성이 높다.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당시 수십만 병사의 애장품이었다는 점에서 전쟁의 역사도 담고 있는 브랜드다.
전형적 '지포 스타일'인 200과 250(3만원대)을 포함해 국내에만 2000종 이상의 다양한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아머 3 사이드 카빙'은 옆면에 금을 둘러 화려함을 강조했다. 내년에 탄생 80주년을 앞둔 지포는 최근 이를 기념한 한정판 '28249'도 내놨다.
커플용 라이터인 '윙 오브 러브'는 두 개를 나란히 놓으면 하트 모양이 된다. 플레이보이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탄생한 '24789'처럼 재기발랄한 디자인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스페셜 포스''짝패''비열한 거리' 등 국내 영화 · 게임 마니아를 위한 한정판도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던힐의 심플함
영국 던힐 라이터는 다른 브랜드에 비해 얇고 가벼워 휴대성이 좋다. 던힐의 펜과 어울리도록 디자인한 것도 특징이다. 국내에서 펜과 잡화에 주력하고 있는 던힐이 라이터 마케팅에 소극적인데도 탄탄한 마니아층을 유지하고 있다. (던힐 라이터는 던힐 담배와 관계가 없다. )
'롤라가스 텍살륨'은 던힐의 익스플로러Ⅱ 펜과 잘 어울리도록 디자인한 라이터로,바닥과 뚜껑을 텍살륨으로 처리해 내구성을 높였다. '롤라가스 AD 로고' 제품은 알프레드 던힐을 뜻하는 AD 로고를 앞면에 장식한 것이다. 얼마 전 국내에서 다시 공식 판매를 시작한 뒤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롤라가스 그루브'는 투박한 디자인에 황동 소재를 사용한 마초 같은 이미지인 반면 '롤라가스 새틴 루테늄'은 겉을 무광택 재질로 처리해 현대적이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라이터다.
●"낡아도 좋아…"
이들 라이터는 1회용 라이터와 달리 가스와 부싯돌 같은 소모품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라이터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주기는 제각각이다. 지포 라이터를 기준으로 보면 매년 심지는 1~2회,부싯돌은 3~4회 정도 교체한다. 오일은 1주일에 한 번 넣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브랜드마다 전용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틈틈이 부드러운 천으로 가볍게 닦아주면 라이터를 오랫동안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 점화부 주변도 소형 나일론 솔을 이용해 주기적으로 청소해주는 게 좋다. 장기간 쓰다 보면 이 부분에 미세한 부싯돌 조각이 끼고 금세 그을리는데,그대로 방치하면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지포 관계자는 "럭셔리 라이터는 긁힘에 약한 경우가 많지만 라이터 마니아들은 이런 작은 상처나 변색을 오히려 고풍스런 멋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인과 함께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그래서 오랜 친구 같은 라이터라는 것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