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원금보장 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특별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의결한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보상 특별법안(가칭)'은 5000만원 초과 예금자에 대해 6000만원 한도에서 전액 보상하고, 6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는 보상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금액으로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 특별법을 소급 적용하겠다는 발상이다. 보상대상 기간을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9월로 소급해 그 사이 영업정지된 19개 저축은행 피해자를 모두 구제하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특별법이라도 무리한 소급 입법으로 보상한도에 특혜를 주게 되면 예금자보호법의 근간이 흔들리게 돼 금융 질서가 뒤죽박죽되고 만다. 은행 예금도 5000만원밖에 보호를 받지 못하는데 저축은행 예금보호 한도를 6000만원으로 늘려주고 후순위채까지 보호해준다면 은행 예금 인출 같은 일들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국회가 저축은행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무리한 보상을 밀어붙이다가 지나친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에 부딪쳐 좌초된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그런데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내년 선거를 겨냥해 또다시 이런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가 재정투입을 전제로 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저축은행 예금에도 3년간 한시적으로 3000만원 한도로 비과세 혜택을 허용, 이자소득세 차익의 일부를 보상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는 것도 정말 꼼수 중의 꼼수가 아닐 수 없다. 다른 비과세 예금 금융회사가 반발할 게 뻔하고 기획재정부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쉽게 될 일도 아니다. 정치권이 비리를 은폐하려는 목적이 아니고서야 이런 식으로까지 법 질서를 훼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