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생활 속에 파고들어야 한류 지속"
'한류 바람'은 신오쿠보 외곽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코리아타운이 아닌 순수 일본 동네에서 정면승부를 하는 가게들도 느는 추세다. 일본 유학생 출신 김현준 타마비즈 사장(사진)이 대표적인 케이스.그는 '도야지'라는 브랜드로 일본에 3개의 한국 음식점을 운영 중이다. 삼겹살과 김치찌개 파전 등이 주 메뉴다. 원래는 '재팬앤조이'라는 일본 상품 온라인몰이 주력사업이었지만 2년 전부터 한국 음식점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김 사장은 "어느 순간 일본 편의점에 한국 음식이 진열되고 대표적인 일본 음식 프랜차이즈인 '요시노야' 같은 곳에서 김치를 파는 것을 보고 음식점 개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오쿠보형' 한국 가게와는 다른 전략을 구사했다. 코리아타운에 몰려 있는 천편일률적인 한국 음식점으로는 '롱런'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김 사장은 "신오쿠보에 있는 한국 음식점들은 대부분 품질 대비 가격이 너무 비싸고 시설도 젊은이들의 취향과는 맞지 않게 우중충했다"며 "코리아타운이라는 프리미엄을 벗어던져야 더 큰 시장을 겨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우선 가게 위치부터 신오쿠보 등 한국인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을 벗어나기로 했다. 요코하마에 1,2호점을 오픈했고 최근엔 한국 기업과 한국인들이 거의 없는 도쿄 가마타라는 곳에 3호점을 열었다. 대학 때 디자인을 전공했던 이력을 살려 가게 인테리어도 독특하게 꾸몄다. 벽에는 컬러펜으로 낙서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천장에는 만국기를 달았다. 한국적 풍경과 일본 젊은이들의 취향을 적절히 섞은 것이다.

음식의 맛도 기존 한국 가게와는 차별화하려고 노력했다. 김 사장은 "일본의 한국 음식점들은 한국 음식과 일본 음식의 중간 정도 맛을 내는 경우가 많다"며 "일본인의 입맛에 아부하는 듯한 음식으로는 손님을 오래 붙잡아둘 수 없다는 생각에 한국 음식 그대로의 맛을 살리려 했다"고 말했다.

단군이래 처음 불어닥친 일본의 한류바람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김 사장에게 물었다. "일본인의 생활 속에 파고 드는 것"이라는 답이 바로 돌아왔다. 그는 "일본인들이 카레와 카스테라 등을 자기들의 문화로 받아들인 것처럼 김치와 삼겹살도 어쩌다 재미삼아 먹는 음식이 아니라 일상음식이 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