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설 보며 초원길 걷는 '구름 위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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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프라우 아이거 워크 체험
톱니바퀴 기차에 몸을 싣고 '유럽의 정상' 알프스 올라
내려올 때 중간역에 하차, 산 아래 굽어보며 지그재그 초원길 걷기 '일품'
톱니바퀴 기차에 몸을 싣고 '유럽의 정상' 알프스 올라
내려올 때 중간역에 하차, 산 아래 굽어보며 지그재그 초원길 걷기 '일품'
걷기 여행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스위스 알프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거,묀히,융프라우 등 3대 명봉이 늘어선 융프라우 지역에만 76개 하이킹 루트가 개설돼 있다. 스위스관광청에 따르면 동서 348㎞,남북 220㎞로 한반도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스위스에 있는 하이킹 루트는 2만여개,총연장 6만3992㎞에 달한다. 전국을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연결한 하이킹 루트는 아이폰 앱(응용프로그램) '스위스 하이크(Swiss Hike)'가 개발돼 길찾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산악열차 타고 유럽 최고(最高) 역으로
융프라우 하이킹은 베른 남동쪽 등산기지 도시 인터라켄에서 기차로 시작한다. '두 호수 사이의 마을'이라는 이름 뜻 그대로 툰호(湖)와 브리엔츠호 사이에 있는 인터라켄은 융프라우의 관문이다. 인터라켄 동쪽역(인터라켄 오스트)을 출발한 기차는 라우터브루넨역(796m)과 클라이네샤이데크역(2061m)을 거쳐 유럽에서 가장 높은 융프라우요흐역(3454m)에 도착한다. 초반에 평탄한 길을 달리던 기차는 '폭포'라는 뜻의 라우터브루넨부터 오르막을 오른다.
궤도 사이에 톱니바퀴가 놓인 기차로 갈아타고 오른쪽 차창 밖으로 끊임없이 펼쳐지는 폭포와 숲,알프스의 전통가옥 샬레 등에 정신이 팔려 한참을 가다 클라이네샤이데크역에서 산악열차로 다시 갈아탄다. 철로는 기차 안에서도 기울기가 느껴질 만큼 가파르다. 하지만 만년설을 머리에 인 산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몸의 기울기는 관심 밖이다. 융프라우(4158m) 아이거(3970m) 묀히(4107m) 등 알프스의 고봉들이 잇달아 모습을 드러낸다. 아이거반트역과 아이스메어역에서 5분간 정차하는 동안 암벽 속에서 내려다본 알프스 전경이 그림 같다.
◆해발 3454m의 놀이터,융프라우요흐
기차의 종착역인 융프라우요흐역에는 'Top of Europe(유럽의 정상)'이라고 표시돼 있다. '요흐'는 산꼭대기와 산꼭대기 사이라는 뜻이므로 '재'나 '고개'에 해당한다. 융프라우요흐는 융프라우와 묀히의 두 산자락이 내려와 만나는 자리다. 이곳을 '유럽의 정상'이라고 한 것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이라는 뜻.융프라우요흐역에 도착한 지 한 시간쯤 지나자 속이 약간 거북해진다. 고산 증세다.
그렇다고 구경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역 위쪽의 스핑크스 전망대에 오르자 만년설에 덮인 융프라우와 알레치 빙하의 광대한 모습이 장대하게 펼쳐진다. 길이 22㎞의 알레치 빙하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다. 스핑크스 전망대에서 내려와 역 바깥으로 나가자 융프라우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융프라우요흐역의 뒷문으로 나가자 지프와이어,스키 등을 타며 대자연과 함께하는 젊은이들의 고함소리가 왁자지껄하다.
스위스 정부는 융프라우철도 100주년인 내년 4월 스핑크스홀과 아이스팰리스를 연결하는 길이 250m의 체험열차를 개통할 예정이어서 융프라우요흐는 관람,체험,놀이,음식 등을 갖춘 놀이터로 더욱 각광받을 전망이다.
◆알프스 등지고 내려오는 길
스핑크스홀의 레스토랑 아이거에서 점심을 먹은 후 하산하는 길은 한결 편한 느낌이다. 융프라우를 오를 땐 고산지대에 오르는 긴장감이 있었지만 하산로는 기차와 도보여행을 겸했다. 이른바 '융프라우 아이거 워크' 코스다. 융프라우요흐에서 기차를 타고 내려오다 아이거글래처역(2320m)에 내려서 클라이네샤이데크까지 걷는다. 다소 경사가 심한 곳도 있지만 융프라우와 아이거,묀히 등의 거봉들을 등지고 산 아래를 굽어보는 재미가 괜찮다.
한참 걸어 내려오다 아이거와 융프라우의 온전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날씨는 좋은데 구름이 정상 부분을 가려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목동들이 걸어다녔을 듯한 지그재그 초원길과 초원 위를 가로지르는 빨간 산악열차가 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과 절묘한 대비를 이룬다. 클라이네샤이데크역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가량.여기서 다시 기차를 타고 오전에 올라갈 때와는 반대 방향의 그린델발트역,그룬트역을 거쳐 인터라켄 오스트역으로 돌아온다.
◆ 여행 팁
스위스관광청은 융프라우 지역의 76개 하이킹 코스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코스로 (1)벵엔~벵어알프~클라이네샤이데크 (2)그린델발트~그룬트~맨리헨~클라이네샤이데크 (3)클라이네샤이데크~알피글렌 (4)피르스트~바크알프제 (5)슈렉펠트~그로스샤이데크를 추천한다.
스위스는 산악지대가 많은 곳이라 보온성이 좋은 옷과 등산화,선글라스를 준비하는 게 좋다. 스마트폰이 있으면 스위스 앱을 내려받아 가면 편리하다. 기차,버스,유람선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스위스 패스'가 유용하다. 산악철도나 케이블카를 이용할 때도 할인혜택을 준다. 인터라켄 시내는 인터라켄 서역(west)이나 호텔에서 자전거를 빌려 둘러보면 좋다. 1~2시간에 14스위스프랑(1만8000원).음료수나 잡화는 대형 슈퍼인 '쿱(COOP)'에서 싸게 판다. 스위스관광청(myswitzerland.co.kr)
인터라켄=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