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의 시대다. 모두가 불안하다. 청년들은 치솟는 등록금에 대학 다니는 게 쉽지 않다.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가 없다. 청년실업은 늘어만 간다. 어렵사리 구한 직장도 절반이 비정규직이다. 새내기 직장인들의 지갑은 얇아졌다. 치솟는 월세 · 전셋값을 내기도 벅차다. 집 장만은 꿈도 꿀 수 없다. 출산을 꺼릴 정도로 보육문제는 젊은 부부에게 엄청난 부담이다.

중년의 삶도 고단하긴 마찬가지다. 당장 구조조정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사오정(45세에 정년 퇴직)','38선(38세에 회사에서 퇴출)'은 옛날 얘기다. '삼포시대(돈이 없어 연애 · 결혼 · 출산을 포기한 세대)'와 '이구백(20대 90%는 백수)'이라는 서글픈 신조어까지 등장한 게 현실이다. 직장에서 잘리면 마땅히 갈 곳이 없다. 노후가 준비된 것도 아니다. 이들이 이 땅의 '2040세대'다.

◆ 2040 메시지는 '공감형 소통'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2040의 표심은 이들의 좌절과 분노의 표출이다. 경제를 살릴 것이라고 기대했던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20대와 30대,40대의 코드는 각각 다르지만 고민은 비슷하다. 미래가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아무리 발버둥쳐봐도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좌절감이 이들을 하나의 정치코드로 묶었다.

이들이 정치권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변화다. 그냥 변화가 아니라 창조적 파괴 수준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진정성 있는 소통이다. 정치공학만으로 이들과의 소통은 불가능하다. 소통위원회를 만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문가를 영입하겠다는 발상이라면 이미 실패다. 2040에게 진정 필요한 건 위로와 격려,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싹이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시골의사' 박경철 씨가 주도한 '청춘콘서트'에 작은 해답이 있다. 청년들이 콘서트에 열광한 건 이들의 공감형 소통이었다. 그들의 언어로 다가섰고,그들의 고민을 있는 그대로 들어줬다. 멘토로서 그들에게 꿈을 얘기했다. 그게 감동요인이었다. 6만여명이 참여한 건 그만큼 위로와 격려,희망에 목말라 있다는 방증이다.

◆ 수평 리더십 없이 대권 어려워

둘째는 수평적 리더십이다. 공감형 소통과 맥이 닿아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3년 반 동안 경제위기 조기 극복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 핵안보정상회담 유치 등의 성과를 거두고도 국민의 평가를 받지 못하는 건 '나를 따르라'는 일방통행식 리더십의 결과다. 간섭받기를 싫어하는 자유인인 2040은 쌍방향의 수평적 리더십을 추구한다. 이런 코드를 읽지 못하는 사람은 총선과 대통령선거에서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셋째는 거대담론이 아닌 국민의 기본적인 삶의 질을 챙기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생활정치다. 이들이 필요한 건 1등국가도,행복한 나라 건설도 아니다. 무상시리즈도 아니다. 선심 공약에 넘어갈 2040세대가 아니다. 이미 정치권의 공약엔 이골이 나 있다. 이명박 정부가 약속했던 2040대책이 실현됐다면 '반란'은 없었을 것이다. 정치 구호보단 잡 셰어링 등 실질적인 취업대책과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 확충을 이들은 원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것에 이들이 동의할 것이라는 야당의 생각은 착각이다. 이들은 철저한 실용주의자들이다. 그들은 투표를 통해 모든 걸 말했다. 이제 정치권이 답할 차례다.

이재창 정치부장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