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기술상] 최우수상 - 신영길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어떤 병이든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의사의 실력 못지않게 병을 빨리 해독해 낼 수 있는 장비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환자를 촬영한 것을 판독해 영상으로 구현해 내는 기술력이 의료영상 저장정보 시스템인 '팍스(PACS · Picture Archiving & Communication System)'입니다. "

제10회 으뜸기술상 최우수상을 받은 신영길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53 · 사진)는 "최근 해외 의료기관들은 노후된 팍스 대체 기간에 들어갔기 때문에 이 틈새 시장을 파고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으뜸기술상 심사위원들도 국내 의료인력 인프라와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영상의학 산업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현재 의료용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인피니트헬스케어의 자문으로 있는 신 교수는 지난해까지 이 회사의 연구소장으로 있으면서 '인피니트 팍스(INFINITT PACS)'를 개발했다. 원래 팍스는 엑스레이 · 자기공명영상진단기(MRI) · 전산화단층촬영장치(CT) 등 의료장비에서 촬영한 영상을 디지털로 저장,진찰실 · 병동 등의 컴퓨터가 있는 곳에 전송해 의료진이 실시간으로 조회 · 진단할 수 있도록 하는 장비다. 그동안은 영상을 병동 혹은 진찰실에서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신 교수가 개발한 인피니트 팍스는 컴퓨터가 있는 어느 장소에서든 의료진이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영상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다운받는 시간은 1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최근 의료용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가장 큰 과제는 컴퓨터의 판독 시간을 줄이면서 영상은 좀더 자세하게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개발이었다. 예컨대 CT 등 영상진단기는 인체 부위의 단층 촬영분이 얇을수록 판독 시간이 오래 걸린다. 1㎝의 부위를 5㎜씩 나눠서 촬영하면 CT는 2개의 영상만 해독하면 되지만 1㎜로 나눴다면 해독해야 할 영상이 5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나눠 촬영할수록 좀 더 정밀한 영상이 나온다.

신 교수는 30명의 연구진과 함께 3년여간 연구에 몰두한 끝에 정밀한 영상을 신속하게 띄울 수 있는 인피니트 팍스를 개발했다. 인피니트 팍스를 이용하면 대용량 의료영상 수천장을 실시간으로 컴퓨터에 띄울 수 있으며 의심스러운 질병 영상이 나타나면,1㎜ 단위로 영상을 볼 수 있다. 또 2차원(D) 기반의 팍스와 3D 영상 처리 기술 및 방사선 정보시스템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구현해 의료진이 촬영 영상을 볼 때 좀더 입체적으로 환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신 교수는 "팍스를 이용하면 영상 촬영과 동시에 의료진이 바로 판독하므로 환자 대기 시간이 크게 단축되고 병원 간 의료 영상 공유도 편리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인피니트 팍스는 지난해 국제표준 의료정보 호환성을 검증하는 'IHE 유럽 2010 코넥타손(IHE Europe 2010 Connectathon)'에서 타 시스템과의 연동 및 호환성 테스트를 통과해 국제적인 경쟁력도 인정받았다. 16개국이 참여해 매년 진행되는 국제의료표준화단체인 IHE의 'IHE 코넥타손'은 의료기기 및 정보시스템 공급자를 대상으로 국제 의료영상 표준인 DICOM(Digital Imaging Communication in Medicine)과 타 기종 시스템 간 의료정보 교환 표준인 HL7(Health Level 7)에 대해 각 사 제품에 규격 등이 부합되는지를 테스트한다.

신 교수는 이 같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점차 인피니트 팍스의 입지를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팍스의 시장 규모가 2014년 기준 4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 시장은 전 세계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소형병원을 중심으로 팍스 도입률이 증가하고 있어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