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동의 '월요전망대'] G20정상회의 경기부양책에 주목
올해는 주요 20개국(G20) 회의가 지난해만큼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재무장관 · 중앙은행총재 회의는 물론 정상회의도 그렇다. 지난해 의장국을 맡아 11월에 정상회의를 연 한국에서조차 올해는 G20이 빅 이슈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올해는 양상이 바뀐 게 이유인 것 같다. 2009년부터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풀었다. 이는 브릭스 국가 등 개도국의 통화가치 절상으로 이어져 개도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지난해 9~10월엔 환율전쟁이 벌어질 기세였다. 지난해 11월 서울 정상회의에선 선진국의 양적완화와 개도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동시에 용인되는 절충점이 마련돼 갈등이 봉합됐다.

올해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최대 화두다. 유로존에선 그리스에 대한 채무 50% 탕감의 후속조치로 유럽 은행들의 자본확충이 가장 큰 문제지만 유럽을 제외한 국가에선 큰 관심이 없다. 중국이 지원 요청을 받아 고민하고 있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유럽이 해결해야 할 사안이란 입장이다. 때문에 11월3~4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 논의는 하겠지만 G20 차원의 해결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신 경기부양책에 대해선 심도 있는 토론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경제가 올 중반부터 하강세에 접어든 만큼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지난해 11월 서울 정상회의에서 2013년까지 각국의 재정적자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한 만큼 이번에 G20 차원의 경기부양책이 나온다 하더라도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경제지표 중에선 통계청이 31일 내놓는 '9월 산업활동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산업활동의 핵심인 광공업생산은 7월과 8월 두 달 연속 감소(전월 대비)했다. 특히 8월의 감소폭 1.9%는 2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9월에도 산업활동이 악화됐을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같은 날 한은이 발표하는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도 경제가 호전되는 징표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9월 제조업 BSI는 기준선인 100을 크게 밑도는 81을 기록했다. 2000년대 들어 제조업 BSI의 평균선인 83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11월1일엔 지식경제부가 10월 수출입동향을 내놓는데 수출 증가율을 관심있게 봐야 한다. 수출 증가율은 8월 25.9%에서 9월 19.6%(이상 지경부)로 크게 둔화됐다. 만약 10월 수출 증가율이 더 낮아진다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향후 경기 둔화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겠다.

같은 날 통계청이 발표하는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 안팎을 기록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9월 소비자물가는 4.3% 뛰었지만 농수산물 가격이 하향 안정되고 있어 조금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8월 이후 원 · 달러 환율이 상승한 여파로 수입물가가 오르고 있어 소비자물가 둔화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많다.

2일에는 한국은행이 10월 말 외환보유액을 공표한다. 9월 말 외환보유액은 3034억달러였다. 외환당국이 10월 들어선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한 만큼 3000억달러는 지켜낼 것으로 보인다.

박준동 경제부 차장 / 금융팀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