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재룡의 준비된 은퇴] 노후생활비는 물가오른 만큼 늘려 짜야
얼마전 친구들의 모임에 갔다가 예외없이 노후준비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대부분은 노후 월 생활비가 200만~300만원 정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물가상승에 의해 필요한 생활비가 늘어난다는 점, 연령대별로 들어가는 비용이 달라진다는 점을 생각하는 친구는 거의 없었다. 노후에 사용하게 되는 생활비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노후생활비는 물가상승률만큼 매년 늘어나도록 준비해야 한다. 올해 초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와 갤럽코리아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베이비부머들은 은퇴 후 월 211만원의 생활비를 예상했다. 매년 물가상승률을 3%로 가정한다면 60세부터 은퇴생활을 시작할 경우 월 211만원의 생활비는 284만원(70세), 381만원(80세), 512만원(90세)으로 증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노후생활비를 그냥 일정한 금액으로 설정하면 노후생활비는 자연스럽게 물가상승에 의해 74%(70세), 56%(80세), 41%(90세)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즉 30년 정도 노후생활을 하면 생활비가 반으로 줄어드는 결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그래서 반드시 노후생활비는 물가상승률만큼 매년 늘어나도록 준비해야 한다.

둘째, 은퇴 후 생활단계별로 노후생활비가 바뀌어야 한다. 은퇴 후 생활단계는 활동기 회고기 간병기 순으로 변화한다. 노후생활은 자신의 건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활동기(은퇴시점~70대 중반), 회고기(70대 중반~후반), 남편간병기(70대 후반~남편 사망 때까지), 부인 홀로 생존기라는 4단계로 구성된다. 활동기에는 부부가 자기계발 여행 자원봉사와 같은 다양한 활동을 한다. 자연스럽게 생활비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노후생활의 즐거움이 가장 큰 시점으로 보고 가능한 한 많은 자금을 지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회고기가 되면 필요한 생활비는 노후생활 중 가장 낮은 수준에 이른다. 여러 활동이 감소하고 여전히 건강을 유지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간병기다. 간병기가 되면 막대한 비용을 병원비와 간병비용으로 사용하게 된다.

[우재룡의 준비된 은퇴] 노후생활비는 물가오른 만큼 늘려 짜야
셋째, 부인의 노후생활비 역시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변화해야 하며 간병기에 충분하게 생활비가 증가되도록 해야 한다. 평균수명이 7년 정도 더 긴 부인은 남편과 사별 후 홀로 약 10년을 생활하게 된다. 이 때 부인의 생활비는 일반적으로 부부가 함께 쓰던 생활비의 70% 수준 이상이 필요하다. 물론 건강상태가 악화되면 의료비와 간병비가 추가로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연금들은 매년 금리에 의해 연금지급액을 결정하는 변동 금리부 방식을 취하고 있다. 즉 금리가 상승하면 연금지급액이 늘어나고 금리가 하락하면 연금지급액도 줄어든다.

따라서 연금준비를 할 때 자신이 원하는 노후생활비보다 30~50% 더 많은 연금액을 확보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우재룡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