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떨어져도 5% 이상 수익 보장…증권사 '이상한 ELS' 공모 왜?
증권사들이 주가가 오르든 떨어지든 상관없이 5% 이상의 원리금을 보장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을 속속 공모하고 있다. 퇴직연금 고객들에게 사실상 확정금리를 보장해주기 위한 목적이다. ELS 보장수익률이 실세금리보다 높아 역마진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27일부터 31일까지 200억원 규모의 '원금보장형 제2855회 ELS'를 공모한다. 1년 만기 시점에 코스피200지수가 가입 때보다 오르면 5.12%의 수익을 주고 떨어지면 5.11%를 준다. 현대증권도 1년 후 코스피200지수가 오르면 5.15%,떨어지면 5.14%를 주는 25억원 규모 ELS를 31일 공모한다. 모두 투자자에게 5%대의 수익률을 보장한다.

다만 이런 유형의 ELS는 누구나 투자할 수 없다. 증권사들이 청약자격을 해당 증권사 퇴직연금 가입자로 한정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말이 ELS지 사실상 DB(확정급여)형 퇴직연금 고객을 위한 '원리금 보장 채권'이나 다름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증권사 퇴직연금 담당자는 "은행들은 원리금을 보장하는 고금리 정기예금을 통해 퇴직연금 영업을 하는데 증권사들은 현행법상 원리금 보장 가능한 상품이 공모형 ELS밖에 없다"며 "불가피하게 ELS로 퇴직연금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말 현재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영업을 위해 발행한 원리금 보장 ELS 규모는 미래에셋 7867억원,한국투자 3473억원 등 모두 2조3544억원에 달한다. 국고채 1년물 금리가 연 3.5% 안팎인 상황에서 5% 이상의 수익을 보장하는 ELS를 발행하면 역마진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 단계인 퇴직연금시장에서 밀릴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식 영업'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같은 역마진 구조가 장기간 지속되면 금융회사 부실화 등 후유증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