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이 이번 달에도 무산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새로운 반대 근거를 찾기에 바쁘고 한나라당은 야당들의 눈치만 보고 있으니 국가적 사안에 대한 정치권의 의사결정 능력은 사실상 마비상태에 이른 것이나 다름없다. 여야가 소위 끝장토론을 해본들 합의는커녕 의견차이를 좁히지도 못하니 아까운 시간만 흘러가는 형국이다. 더욱이 민주당은 이른바 '10+2'라는 반론을 펴다가 먹히지 않자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가 독소조항이라며 새로운 이슈로 삼고 심지어 내년에 구성될 19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파렴치한 주장까지 펴고 있다. 정치권의 무능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무너지는 국익이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한 · 미 FTA가 불러올 긍정적 효과는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주요국과 FTA 체결 효과 비교분석' 자료에 따르면 유럽연합(EU)과의 FTA가 발효된 지난 7월 이후 우리나라와 EU의 교역량은 뚜렷한 증가세다.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수출은 줄었지만 FTA 특혜를 받는 자동차 석유제품 등은 17%나 증가하면서 전체의 부진을 상당부분 만회했다. 지난해 1월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발효된 인도와는 교역량 증가율이 발효 전보다 두 배나 커졌고 우리가 최초로 FTA를 체결한 칠레는 발효된 해인 2004년 이후 교역량이 연평균 24.1%씩 늘어나는 상황이다. 더욱이 칠레와의 FTA로 국내 포도 농가는 다 망할 것처럼 반대론자들이 주장했지만 오히려 포도 경작지는 더 늘어났고 농가가 피해를 봤다는 증거도 찾기가 어렵다. FTA 반대론자의 주장은 결국 종속이론 식의 반세계화 주장을 반미투쟁 논리에 억지로 끌어다 맞춘 궤변에 불과하다.

한 · 미 FTA에 대한 재재협상 주장이나 반대론 모두 무역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다를 게 없다. 국민 1%를 위한 협정이니 하는 따위의 주장들은 실로 무지의 산물이며 핑계를 위한 핑계다. 한 · 미 FTA는 시한이 있어 내년 1월1일 발효되려면 60일 이내에 국회 비준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