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총 200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1만4700㎡ 규모 종합연구동을 신축했다. 이곳에서 310여명의 연구진은 고부가가치 선박, 육·해상 설비,엔진, 에너지·환경 등 혁신기술과 신제품 개발 등 첨단기술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처하기 위해 가장 믿을 수 있는 것은 기술력”이라며 “종합연구동 건설은 종합적이고 체계적, 효율적인 기술개발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1983년과 1984년 국내 최초의 민간연구소인 산업기술연구소와 선박해양연구소를 차례로 준공했으며 이후 기계전기연구소와 테크노디자인연구소, 제품개발연구소 등을 추가로 설립해 현재 총 5개의 국내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헝가리와 중국에도 기술센터를 설립, 해외 우수인력 유치와 글로벌 기술네트워크 형성 등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세계 1위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은 올해 드릴십, LNG선 등 에너지자원 개발선박을 대량으로 수주했다. 올해 수주한 드릴십만 10척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지난해 11월 첫 건조한 ‘딥워터 챔피언’호를 미국 트랜스오션사에 인도한 후 차별화된 디자인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드릴십은 유조선 등을 개조해 설계하는 다른 조선사들과 달리 철저하게 드릴십 전용으로 설계해 선박 크기를 최적화했다”며 “기존의 드릴십보다 작업 성능과 효율성이 크게 높아진 반면 연료비와 유지비는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극지용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19만급 쇄빙상선을 개발하기도 했다. 쇄빙상선은 극지방을 전용 쇄빙선 없이 독자적으로 운항하며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이다.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쇄빙상선은 기존 쇄빙상선보다 수송능력이 2배 높고 연료효율도 5%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에서는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해 천연가스,원유 등이 풍부한 북극 자원개발이 쉬워지고 북극해 항로를 이용하면 아시아~유럽 간 항해거리를 40%가량 줄일 수 있어 극지용 쇄빙상선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스마트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원격 제어·관리가 가능한 ‘스마트십’을 개발했다. 스마트십은 선박 엔진과 제어기, 각종 기관 등의 운항 정보를 위성을 통해 육상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선박 내 통합시스템을 원격 진단 및 제어할 수 있는 차세대 선박이다. 회사 측은 “선박은 통상 선주사가 운용사에 대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선박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수명이 달라지기 때문에 경제적 운항관리가 가능한 스마트십은 벌써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10월 SK텔레콤과 4세대 이동통신망인 ‘LTE’ 망을 조선소에 구축하기 위한 협약을 맺기도 했다. 기존 3G 통신망보다 5배 빠른 LTE 통신망이 구축되면 업무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