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1 1일 개막] "고령화ㆍ稅源 감소 해결하려면 복지 줄이고 성장 부추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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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경제학 석학 프랜시스 후쿠야마 美스탠퍼드대 교수
中 경제 시스템 생각보다 취약…언젠가 거품 꺼지는 상황 올 것
유로존 위기는 잘못된 설계 탓…통화정책만 통합한 게 화근
反월가 시위대, 高실업에 거리로…근본대책은 교육 시스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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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제 시스템 생각보다 취약…언젠가 거품 꺼지는 상황 올 것
유로존 위기는 잘못된 설계 탓…통화정책만 통합한 게 화근
反월가 시위대, 高실업에 거리로…근본대책은 교육 시스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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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답은 경제 성장이다. "
국제정치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국제학연구소 선임연구위원)는 "선진국들은 '고령화와 세원감소'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사회보장혜택 등 사회적 계약을 재협상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뒤따를 것"이라며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경제 성장을 위한 정부 정책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가신 의사결정 체제를 가지고 있는 유로존은 결국 해체될 것"이라며 "권위주의적 정치시스템을 가진 중국의 경제 성장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월가 점령 시위대는 자신들의 시위를 '아랍의 봄'에 비유한다.
"월가 점령 시위는 좌파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그룹들이 벌이고 있는 일이다. 미국 정부에 시스템적인 위협을 가할 만한 성질의 시위가 아니다. 미국에서 나타난 훨씬 크고 강력한 포퓰리스트 운동은 우파의 티파티(작은 정부와 세금 인하를 주장하는 조세저항운동)다. 수백만명의 사람들을 움직였고 지난해 가을 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여전히 미국의 전통 정치 시스템을 선호한다. "
▼미국이 '시위 수출국'이 된 것은 흥미롭다. 월가 점령 시위가 유럽 등 세계 전체로 번졌다.
"월가 점령 시위의 의미를 과장해서 말하는 것이다. 반월가 시위는 명확한 목표도 없다. 자신들의 시위를 티파티처럼 실제 정치 운동으로 전환시킬 능력도 없다. 그리스 등 유럽에서 발생한 시위는 반월가 시위와는 전혀 다른 뿌리를 가지고 있다. 오히려 최근 유럽에서 나타나는 현상 중 주목할 만한 것은 금융위기 이후 우파 포퓰리스트들이 더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반이민 정당에 대한 지지가 늘어나고 있다. "
▼미국과 유럽 사회가 우경화되고 있다는 얘기인 것 같다.
"우파가 이렇게까지 에너지를 얻게 된 원인을 찾는 일은 굉장히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다. 금융위기는 월스트리트에서 발생했고 규제를 최소화한 앵글로색슨 경제모델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렇다면 좌파 포퓰리즘이 힘을 얻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그 반대였다. 좌파 진영의 리더들이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람들은 (좌파가 집권하고 있는) 현 정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정부를 이끄는 엘리트들이 (국가보다) 자기 자신의 이해를 더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
▼최근 칼럼에서 '이념적으로 양극화된 현재 미국의 민주주의는 중국에 가르쳐줄 게 없다'고 썼는데.
"미국은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 현재 미국이 가지고 있는 이념적 양극화와 결합되면 정치 시스템은 마비(gridlock)되기 마련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미국보다 좀 더 의사결정력이 있는 영국 스타일의 웨스트민스터 시스템이 나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포괄적으로 볼 때 정부 형태로서 자유민주주의를 대체할 만한 시스템은 없다. 어떤 선진국들도 중국식 권위주의 독재시스템이나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과 같은 신권 정치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증거다. "
▼중국 정책 당국은 굉장히 빠르게 결정을 내린다.
"중국의 시스템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최근 고속철도 사고가 좋은 예다. 중국 철도청이 본능적으로 취한 첫 대응은 사고 기차를 땅에 묻고 사고 원인에 대한 토론을 금지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불투명한 정치 시스템으로는 국가를 제대로 경영하거나 비슷한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 중국의 경제 모델은 큰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현재의 속도로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 언젠가 거품이 꺼지는 시점이 올 것이다. 민주주의 시스템의 경우 의사결정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훨씬 지속가능하다. "
▼유럽의 모델과 유로존의 운명은.
"유로존은 잘못된 설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정정책은 통합하지 않은 채 통화정책만 통합한 것이 문제다. 그리스는 엄청난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같은 수준의 금리로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었다. 유럽은 현재 아주 중요한 교차점에 있다. 진정한 재정 통합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거나 아니면 유로존이 해체되는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후자가 될 것 같다. 유럽연합의 의사결정 구조는 굉장히 번거롭게 돼있다. 27개 회원국 전체의 동의가 없으면 앞으로 전진할 수 없다. 또 한 가지 유럽을 포함한 모든 선진국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 고령화와 줄어드는 세원(tax bases)이다. 모든 국가에서 사회적 계약은 재협상돼야 할 것이고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것이다. "
▼유로존이 해체되면 미국과 중국의 주요 2개국(G2) 체제가 되는 것인가.
"'G2'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이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겠지만 양국은 이해관계가 너무 다르다. 미국이 주요 20개국(G20)이라는 다자 틀 대신 중국과 양자 간 대화를 통해 이슈를 해결할 리 만무하다. 우리는 중국의 힘이 커지는 것에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한다. "
▼고령화와 세원 감소에 따른 고통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장기적으로 의료보험이나 사회보장 등의 혜택을 줄이고 세금을 올려야 한다. 다른 우회로는 없다. 이 같은 조정(adjustment)을 최소화하려면 각국 정부가 기본으로 돌아가 글로벌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 "
▼월가 점령 시위에 참여한 젊은이들이 화가 난 이유는 높은 실업률 때문인 것 같다.
"실업률이 높은 것은 1930년대 대공황 이래 가장 심각한 경기침체에서 여전히 회복되는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기술 발전과 세계화의 영향으로 중산층의 일자리와 소득이 크게 줄었다. 미국의 정책 당국자들은 과거 이런 변화로부터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고,없어진 일자리는 새로운 일자리로 대체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
▼미국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전적인 해결책은 교육을 촉진하고 노동자들이 고기술 · 고숙련의 일자리로 옮길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을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금융 마법사로 훈련시킬 수 없다. 따라서 최소한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의 재분배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 후쿠야마 교수는…명저 '역사의 종언'서 자유민주주의 승리 선언
일본계 미국인 3세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철학자이자 정치경제학자다. 1992년 공산주의와 자유주의의 이데올리기 대결에서 결국 자유민주주의가 승리했으며,이는 인류가 진화시켜온 정치체제의 마지막 형태라고 선언한 '역사의 종언과 최후의 인간'을 출간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최근 들어 중국식 통치시스템의 효율성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지만 그는 여전히 자유민주주의가 가장 지속가능한 정치 시스템이라는 믿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정치 질서의 기원(The origins of political order)'이라는 새 책을 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민주주의는 역사 발전의 필연적 귀결이 아니라 우연히 선택된 정치 체제라고 분석했다.
미국 코넬대에서 서양고전을 전공한 후쿠야마 교수는 예일대에서 비교문학 석사과정을 밟다 정치학으로 전공을 바꿔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존스홉킨스대 교수 등을 거쳐 현재는 스탠퍼드대에서 국제학연구소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1952년 시카고에서 일본계 미국인으로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는 1905년 러 · 일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후쿠야마는 뉴욕 맨해튼에서 일본 문화와 거의 접촉하지 않고 철저한 미국인으로 자랐다. 일본어도 배우지 않았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레이건 독트린 수립에 기여한 신보수주의(네오콘)의 핵심 인물이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부터 네오콘과 거리를 두고 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