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서 올림픽 열자던 공무원 "17년 지나서야 꿈 이뤘지요"
"남아공 더반에서도 확신을 가졌는데 개최지로 확정되는 순간 눈물이 펑펑 나더군요.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그간의 어려움이 떠올라 만감이 교차했죠."

동계올림픽은 그에게 운명이었다. 17년 전 처음 동계올림픽 유치를 구상했던 40대 후반의 패기 넘치는 강원도 공무원은 도지사가 돼 유치전을 진두지휘했고,두 번의 실패를 딛고 이제는 60대 중반의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됐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구상에 몰두하고 있는 김진선 조직위원장(65)을 지난 28일 한국프레스센터에 있는 조직위 사무실에서 만나 유치전 뒷얘기를 들어봤다.

김 위원장은 더반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을 상대로 프레젠테이션하던 순간부터 얘기를 풀어나갔다.

"동계올림픽과의 인연은 참으로 질깁니다. 그래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여러분 앞에 세 번째 선 것은 운명이라고 믿는다'는 말을 집어넣기로 했어요. 연습할 땐 빈 의자를 앞에 두고 해서 그런지 그 말을 하는데 감정이 치솟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본 프레젠테이션에서 낯익은 IOC 위원을 앞에 두고 그 대목을 말하는데 저도 모르게 울컥했습니다. "

그는 "경제적으로 열악한 강원도가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처음부터 완성됐던 게 뭐가 있나,비전을 갖고 꿈을 꾸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다 보면 결국 꿈은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번 일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결국 성취해낸 하나의 창조입니다. 도전을 통해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시켜 줬다는 데 의미가 있죠."

그는 동계올림픽 성공의 큰 그림을 그리느라 여념이 없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으로부터 조직위원장에 선출된 것을 축하한다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IOC와 긴밀히 논의하고 협력,조정해야 할 게 아주 많아요. 우선 올림픽 마스터플랜을 정밀한 부분까지 마련해야 합니다. 사실상 2016년 말까지는 준비를 모두 끝내야 하는데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

2018년 올림픽을 대한민국의 국격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그는 "2018년엔 소득 3만달러로 명실공히 선진국에 진입하는 시기"라며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한 단계 도약하면서 국민 통합,사회 통합의 계기로 삼는 신명의 장을 만들자"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