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민들께 가슴속 깊이 사과합니다. " 지난주 전남 여수시의회 제135회 임시회에서 김영규 의장은 동료의원들의 검은돈 거래에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를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지역 주민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사과는 하지만 정작 시의회 밖의 환골탈태 요구에는 오히려 항의하는 등 다른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31일 폐회된 이번 임시회는 시의원들의 무더기 직위상실형 확정판결 소식과 함께 열려 시종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맥이 빠진 채 진행됐다. 다른 때처럼 의원들의 격론도 없었다. 행정사무감사 일정과 공유재산관리계획 8건이 의결됐지만 수산물특화시장 공영주차장 건립 등 주요 안건 3건이 부결됐고 장애인지원조례안 1건도 심사보류됐다.

시의회 여수시의회가 오현섭 전 시장의 '검은돈 커넥션'에 휘말려 휘청거리고 있다. 여수시의원 4명과 여수가 지역구인 전남도의원 1명은 지난 27일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시의회 전반을 맡는 운영위원장과 지역 최대 현안인 여수박람회지원특위 위원장도 끼어 있지만 새 위원장을 선출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들 외에 오 전 시장에게서 돈을 받은 또 다른 시의원과 도의원 각각 3명이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이들까지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될 경우 여수만의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전망이다. 시의회 결원이 전체(26명)의 4분의 1이 넘어 선거법에 따라 60일 이내에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의회가 재구성될 때까지 의정 마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시의회는 △여수신항 대체항만 조기 건설 △전라선 고속열차(KTX) 고속화사업 조기 추진 △오동도 관리권 환원 등 여수박람회와 관련해 정부와 집행부에 대해 각종 건의문을 채택했지만 모두 유야무야될 위기에 처했다.

보궐선거를 하게 되면 모두 여수시 부담이 된다. 시는 지난 3년간 보궐선거로 4억221만원을 썼는데 10억원가량의 선거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할 처지가 됐다. 시 재정자립도가 28.3%에 불과한데 '헛돈'을 쓰는 것이다.

시정 누수현상도 우려된다. 이번 임시회에서 부결된 집행부의 각종 상정 안건들의 장기계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00여일 앞으로 다가온 여수박람회가 가뜩이나 입장권 판매 부진,예상수익 차질, 교통대책 혼선 등 각종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와중에 의정마비와 시정누수가 현실화되면 박람회 개최에도 막대한 차질이 예상된다.

이런 와중에 여수시의회는 '의정비 심의회'를 구성,의정비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후안무치한 행위"라는 시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들이 2개월 넘게 시청 앞 1인 반대시위를 하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여수시의회는 2000년 의장단 뇌물수수사건, 2008년 여수도시공사 설립을 둘러싼 의원들 집단 난투극, 시 집행부에 대한 의원들의 각종 압력행사 등 크고 작은 비리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역 시민단체 10여곳은 지난해 7월부터 '여수지역 정치개혁 연대'라는 상설기구를 결성해 비리 의원 사퇴 등 시의회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성 여수시민단체협의회 사무국장은 "사건 관련자들이 모두 민주당 일색인 등 이번 사건으로 민주당 일당독점의 폐해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여수=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