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허브(HUB)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2007년 7월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

"한국의 사법주권 전체를 미국에 바친 것."(2007년 5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여야간 극한 대치를 보이는 가운데 정치인들이 입장에 따라 말을 바꾼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고 있다.

한 · 미 FTA를 추진했던 참여정부 당시엔 여당이었던 민주당 의원들은 한 · 미 FTA를 '제2의 개항'으로 비유하며 적극 옹호했다가 야당이 되자 '국익에 배치된다'며 재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조급하게 체결하지 말자더니 지금은 연내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2007년 7월 작성한 '열린우리당 한 · 미 FTA 평가위원회'란 보고서엔 "미국과의 FTA는 우리 경제 · 사회 전반의 제도와 관행을 선진화시키고 미국~동아시아~유럽을 연결시키는 '동아시아의 FTA 허브'로 부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적혀 있다. 이 보고서는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주도해 작성했다.

현재 여야가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는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ISD)에 대해서도 이 보고서에선 "이미 우리가 체결한 대부분의 경제 협정에 ISD가 포함돼 있어 새로운 중대한 도전이 야기되는 것은 아니다"며 "향후 중국 등 다른 국가들과의 협정 속에 정당한 ISD 규정을 삽입해 우리의 대외투자를 보호하고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야5당과의 공조에서 ISD 부분을 제외하자고 하는 현재의 주장과 정면 배치된다. 정동영 이종걸 의원 등은 이에 대해 "그땐 잘 몰랐었다"고 반성문을 썼다.

홍준표 대표는 ISD에 대해 180도로 돌아섰다. 홍 대표는 2007년 5월 한 라디오에 나와 ISD에 대해 "문제가 크다"며 "한국의 사법주권 전체를 미국에 바친 것이다. 이런 협상은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헌법체계와 사법주권 체계 자체를 부정하는 협상은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지금의 야당의 주장과 똑같다.

홍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엔 ISD가 우리나라와 투자협정을 맺은 다른 나라와도 다 하고 있다는 걸 몰라 (자신의)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지금은 ISD가 한 · 미 FTA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