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LL STREET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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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투데이] 대형 인프라정책의 함정
과거 중국의 인프라 구축 사업은 전 세계의 선망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경제학자와 투자자들뿐 아니라 중국 국민들까지 점점 감소하고 있는 투자 이익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 7월 저장성 원저우에서 발생한 고속열차 추돌 사고는 중국 인프라 투자의 지속성에 대한 여러 문제를 부각시켰다.

싼샤댐과 베이징올림픽,상하이세계박람회,고속철도 등은 중국 성장의 빛나는 상징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형 프로젝트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거대한 프로젝트엔 비리와 부패 등 부정이 일어나기 쉽다. 열차 추돌 사고 전에도 중국 고속철도 사업엔 많은 비리가 있었고 이로 인해 류즈쥔(劉志軍) 전 중국 철도부 부장(장관) 등 고위 관계자들이 해임됐다. 싼샤댐 사업과 관련된 비리도 수십건에 달한다.

화려한 인프라 프로젝트는 많은 사람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장기적인 성장에 큰 공헌을 하지 않는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뒤 올림픽 시설을 어떻게 활용할지 아직도 고심 중이다. 고속철도도 거액의 보조금을 계속해서 지원하지 않으면 지속 불가능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문제는 정책 결정자가 화려하고 거대한 프로젝트만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액을 투자해 만든 시설은 많은 주목을 받는다. 베이징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 주요 운동장과 수영 센터에 대한 열광적인 보도가 그 예다.

농촌 지역의 전기와 상하수도 시설을 정비하면 많은 사람들의 생활이 윤택해진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대형 프로젝트를 우선시하면서 이는 간과되기 쉽다. 관계자의 승진과 평가는 자주 '(규모가)크면 클수록 좋다'는 생각에 좌우된다. 중국의 윈난성 남서부 훙허주(州)의 자랑은 톈안먼 광장의 인민대회당과 비교될 만한 큰 건물이 있다는 것이다. 7억~8억위안(1200억원)을 쏟아부어 만든 관청가다. 그러나 이곳에서 불과 수㎞ 떨어진 마을에선 과거와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는 농민들이 있다. 충분한 관개 설비가 안 돼 이곳 농민들은 자신들이 먹을 작물을 기르는 것이 고작이다.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국가들은 효과적인 소규모 프로젝트보다는 대형 프로젝트에 목매고 있다. 특히 '빈곤과 싸운다'는 식으로 사업을 포장하면 각국 정부는 무이자 융자와 무조건 원조를 얻을 수 있다. 네팔 방글라데시 등이 다양한 관광 인프라에 수천만달러의 개발 보조금을 썼으나 성과는 거의 없다. 수백만의 사람들은 물부족과 공중위생 문제 속에 살고 있다.

아시아 지도자들은 인프라 프로젝트 선정 시 나라의 위상을 높일지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된다. 인적 · 경제적 효과를 얻느냐가 중요하다. 대규모 고속도로가 아닌 농장과 시장을 잇는 도로를 늘리고,거대한 댐이 아닌 기초적인 관개시설을 늘려야 한다. 이 같은 소규모 프로젝트가 빈곤층의 생활에 큰 변화를 초래하며,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경제성장의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커티스 친 < 前 아시아개발은행 이사 >

◇이 글은 커티스 S 친 전 아시아개발은행 이사가 '아시아 국가들에 현명한 인프라 정책(A Road to Smarter Infrastructure in Asia)'이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정리=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