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ㆍ호주서…KDR 상장 물량 밀려온다
국내 증시에 한국예탁증서(KDR)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상장하려는 외국 기업이 늘고 있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검색엔진 최적화 서비스 기업인 파워테크놀러지와 일본 서민 모기지 대출 전문업체로 SBI홀딩스의 계열사인 SBI모기지,일본 전자상거래 결제기업 액시즈와 호주 패스트패션 업체인 패스트퓨처브랜드(FFB) 등이 현지에 원주를 두고 KDR을 발행하는 방법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지난 6월27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파워테크놀러지는 연내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8월 말 유가증권시장에 예비심사를 청구한 SBI모기지에 대한 심사 결과도 이르면 이번주 중 나올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이 회사는 올해 안에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액시즈는 내년 초 코스닥 상장이 목표다.

FFB도 연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호주 여성복 시장에서 2,3위로 매출은 3000억원대다. 밸리걸 TEMT 등 브랜드를 두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근거지를 둔 카드결제시스템 업체 뱅크카드서비스는 국내 상장을 준비하다 최근 미국 경기가 악화되면서 상장 절차를 유보한 상태다.

이들이 현지에 원주를 두고 KDR을 발행해 국내시장에 상장하려는 것은 본국 법규나 관례상 해외에 원주를 상장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회사법상 주주명부 명의개서 대행 업무를 일본 법인만 가능하도록 했다. 국내에 원주를 상장하려면 독점 예탁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주명부를 보관해야 하므로 현지법과 상충된다.

호주는 현지 예탁기관이 주주명부를 거의 매일 업데이트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주주명부를 각 증권사들이 관리하고 예탁원은 이를 비정기적으로 취합하고 있어 관례상 맞지 않다.

현재 KDR을 발행해 국내에 상장한 업체는 화풍집단지주회사 중국고섬 네프로아이티 등 3곳이다. 이 중 중국고섬과 네프로아이티는 상장폐지 결정이 났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고섬 사태 이후 한국거래소가 해외 업체에 투자자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원주를 상장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해외 거래소의 실정을 반영해 최근 KDR 상장도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KDR 소지자는 주주 권리를 예탁기관을 통해서만 행사할 수 있다.

예탁원과 거래소의 불협화음으로 표준예탁계약서의 제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해외 기업 유치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예탁원이 대표소송제기권 주주총회소집청구권 회계장부열람청구권 등 공익권을 대행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예탁원은 이것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