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K네트웍스에 증권지분 처분 명령ㆍ과징금 50억 부과
공정거래위원회는 31일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를 금지한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SK네트웍스에 주식처분 명령과 함께 과징금 50억8500만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정부는 2008년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겠다'고 명시해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한 SK가 애꿎은 피해를 당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의 정책 신뢰 논란

공정위는 이날 "지주회사 SK의 자회사인 SK네트웍스가 7월2일자로 4년의 법적 유예 기간이 만료됐음에도 금융자회사인 SK증권의 지분을 계속 갖고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금융 · 산업 분리 원칙에 따라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문제는 2008년 입법예고한 개정안에는 금융자회사를 두는 쪽으로 법을 바꿨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2007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SK 등에 SK증권 지분 매각을 2년간 유예했고,기간이 만료된 2009년 7월에 추가로 2년 연장했다. 이 기간에 공정위가 내놓은 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SK는 SK증권 지분을 매각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정부의 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혔고 이번에 SK는 과징금을 부과당했다.

정부와 업계에서는 "정부가 법 개정을 약속해놓고 나중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업을 제재하면 누가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르겠느냐"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공은 국회로

공정위가 SK네트웍스에 과징금을 부과함에 따라 법안 처리의 공은 야당에 넘어갔다. 야당은 "대기업들이 지주회사 전환으로 법인세 감면 특혜를 받으면서도 금융자회사 처분은 하지 않고 있다"며 "공정위가 금융자회사를 허용하려는 것은 대기업에 대한 특혜"라며 강력하게 반대해 왔다.

문제는 공정거래법을 통과시킬 동력이 없다는 것이다. 국회는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두고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어떤 법안이든 여론을 자극할 만한 이슈는 피하자는 기류가 국회에 형성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SK증권 처분 어떻게

SK가 증권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 측이 SK증권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하고 금융업에서 손을 뗄 가능성은 낮다.

최태원 회장이 지속적으로 금융업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데다 에너지와 석유화학이 주력인 SK그룹에서 SK증권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1년 내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시한이 주어져 제 값을 받고 팔기가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룹 내 지분 이동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들도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에서 빠져 있는 SK C&C나 최창원 부회장이 이끄는 SK케미칼 계열이 증권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 등이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SK네트웍스가 보유한 지분을 SKC에 넘기고 SKC를 그룹에서 분리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박신영/윤정현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