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개콘 시대
20.6%!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일요일 밤 9시5분) 10월 30일 시청률이다. 같은 날 방송된 MBC '나는 가수다'가 15.1%, 29일 '무한도전'이 15.4%요,'오작교 형제들'과 '광개토대왕'을 제외한 주말극 시청률이 10% 안팎인 걸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일등 공신은 '애매한 것들을 정해주는 남자(애정남)'다. 이름 그대로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부딪치는,사소하지만 모호한 상황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는 코너다. 홈페이지 게시판 '도와줘요 애정남!'에 올라온 사연 중 주제를 골라 개그맨 최효종이 풀어나가는 형식이다.

질문은 거창하지 않다. '회식 때 마지막 남은 고기는 누가 먹나?''통화하다 끊기면?''히트곡의 기준은?' 등이다. 답 또한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 최후의 한 점은 돈 내는 사람이 먹고,전화는 먼저 건 사람이 다시 걸고,히트곡의 기준은 공중파방송 3사 중 두 군데 이상 출연하고,객석에서 따라 부르고,경동시장 같은 재래시장에서 흘러나와야 한다는 식이다.

그렇다면 관심과 집착의 경계는? 문자로 '어디야' 혹은 강한 어조의 어디야까진 괜찮지만 '누구랑 있구만'은 안된다. 질문은 관심,추측은 집착이다. 영상통화 역시 하루 다섯 번 걸어도 되지만 '주위를 비춰보라'는 안된다. 집 앞에 서있는 건 관심이지만 숨어 있는 건 집착이다.

'감사합니다' 코너도 인기다. "이 세상엔 감사할 일들이 참 많습니다. 이 모든 것들에 감사합니다"로 시작되는 코너 역시 생활 속 작은 일들을 다룬다. 된장찌개를 먹던 중 상대가 집어든 게 고기인 줄 알고 부러워하다 된장인 걸 알고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는 식이다.

'비상대책위원회'와 '사마귀 유치원'은 사회 풍자로 눈길을 돌린다. 비상대책회의를 한다면서 변명과 구태의연한 주장만 거듭하다 아무 대책도 못세우고 마는 비상대책위원회도 그렇고,대기업 입사법 등을 설명하는 사마귀 유치원 역시 우리 사회의 아픈 구석을 비춘다.

"10시간씩 시급 4320원 받고 숨만 쉬면서 꼬박 1년간 일하면 1년 학비가 생기고,1년 공부하고 1년 알바를 반복하면 8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게 된다".개콘의 인기는 무엇보다 보통 사람들에 대한 작은 관심과 사실성에 기인한다. 단순히 비틀고 꼬집는 걸 넘어 가려운 곳을 짚고 긁어줌으로써 공감과 호응을 이끌어낸다는 얘기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