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예금 비중 45%…"장기 포트폴리오 다시 짜야"
알리안츠그룹이 지난해 전 세계 50개국 가계의 자산과 부채 흐름을 분석해 최근 발표한 ‘글로벌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금융자산은 평균 2만9582유로다. 원화로는 4600만원 정도다. 부(富)로 따지면 세계의 중간에 해당하며 이는 남유럽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전반적인 경기 상승에 따라 저축을 한 사람들이 이익을 봤다고 리포트는 분석했다. 지난해 세계 전체 금융자산은 2009년보다 6.2% 늘어난 95조3000억유로에 달했다. 이는 2007년 말 이후 최대다.

◆“은행 예금이 45%”

한국의 개인 자산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의 1인당 금융자산은 평균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한 해 개인 자산 증가율은 8.9%로 아시아에서는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높다. 지난해 가장 부유한 나라에는 통화 강세 등에 힘입어 스위스가 이름을 올렸다. 약간의 격차를 두고 미국 일본 덴마크 네덜란드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전 세계의 저축 형태를 살펴보면 지난 몇 년간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상대적으로 더 부유한 국가에서 안전자산을 추구하는 경향이 분명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전 세계 자산운용 현황에 따르면 은행 예금액이 4%포인트 늘어난 반면 주식 비중은 2000년 이후 5%포인트 감소했다.

한국에서는 은행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통적으로 높다. 작년 말 은행 예금 비중은 평균 45%에 달했다. 마이클 하이제 알리안츠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긴 하지만 높은 은행 예금 비중은 장기적인 자산 축적이라는 목적에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구조 변화가 가져올 결과를 감안할 때 단순히 저위험·저수익 투자를 안식처로 삼는다면 감당하기 힘든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레버리지 투자법 활용”

재테크 전문가들은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의 합을 100으로 놓고 볼 때 부동산자산이 70을 넘어가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한다. 또 금융자산 가운데서는 주식과 펀드의 비중이 전체의 50을 넘어가지 않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강남센터 부장은 “매달 돈이 생기든, 목돈이 있든 간에 기간과 종목을 나눠 분산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적립식 펀드 등의 형태로 레버리지 투자법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기간을 나눠 조금씩 오래 투자하면 심리적으로 시장을 좀 더 길게 볼 수 있는 관점이 생긴다는 게 이런 투자법의 장점이다.

박 부장은 “만약 일시 투자를 원한다면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투자하되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것보다는 지수형 ELS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며 “개별 종목의 경우 지수형보다 기대수익률은 다소 높은 편이지만 변동폭이 커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 중산층 40%가 아시아에”

지난해의 강한 성장세도 최근 몇 년간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시장을 완전히 회복시키지는 못했다.

2000년 이후 전 세계 금융자산은 평균 4.1% 증가하는 데 그쳤고, 1인당 자산은 불과 3.2% 늘어났다.

하이제 이코노미스트는 “같은 기간 글로벌 경제성장 및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성과는 다소 실망스럽다”며 “잇따른 금융위기와 주식시장 침체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특히 선진국들이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선진국들의 평균 성장세는 세계 평균치보다 현저히 낮았고, 작년 말 기준 1인당 금융자산은 금융위기 전보다 여전히 낮은 평균치를 보였다.

반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동유럽 등 신흥개발국들의 금융자산은 지난 10년간 두 자릿수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는 1인당 총자산이 매년 평균 11.5% 증가했다.

하이제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을 제외한 2억2000만명의 아시아인들을 중산층으로 분류할 수 있고 이는 전 세계 중산층의 40%가 아시아에 있다는 의미”라며 “아시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로 전 세계 금융시장에 주는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